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외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또는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DLS는 모두 1076개다. 이들 상품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5094억원에 이른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긴 상품 중 ELS는 501개, 잔액은 6247억원이다. DLS는 575개, 잔액은 약 8847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의 ELS·DLS 상품은 구체적인 조건이 모두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기초로 하는 증시나 유가가 발행 당시 기준 가격보다 35∼50% 떨어지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국제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가 크게 떨어지고, 설상가상으로 주요 산유국 사이에서 ‘유가 전쟁’을 벌이면서 국제유가마저 폭락하자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ELS·DLS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또는 브렌트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원유 DLS의 경우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WTI가 약 65.9%, 브렌트유가 약 63.8% 폭락하면서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지난 2월 기준 잔액은 9140억원이다.
이들 DLS의 대부분은 기초자산에 WTI를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린 DLS 잔액 규모를 고려하면 원유 DLS의 90% 이상이 이미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주가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도 마찬가지다. 증권사에서 발행한 ELS 상당수가 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최근 코로나19가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를 강타하면서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34.1% 하락했다. 관련 ELS도 원금 손실 구간으로 진입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잔액은 지난 2월 기준 41조5664억원으로, 전체 ELS 잔액 48조6296억원의 약 85%를 차지한다.
문제는 유럽의 코로나19 여파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유럽의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실물경제가 침체하면서 다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 이를 기초로 하는 ELS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다른 주요국 주가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미국 S&P500 지수는 32.1%,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31.4%, 코스피200 지수는 30.5% 급락한 데다가 향후 주가 급락 가능성도 있어 관련 ELS들도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ELS·DLS 상품은 아직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회복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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