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결백한 건 아니지만"… 法, 버닝썬 '경찰총장' 무죄 선고

1심 재판부 "유죄를 선고하기엔 검찰의 증명 부족"

클럽 ‘버닝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가수 승리 측과 긴밀히 유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찰총장’ 윤모(50) 총경이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아 구속 6개월 만에 석방됐다. 법원은 “피고인이 100% 결백하거나 공소사실이 진실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총경의 행위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검찰의 혐의 입증이 불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언했다. 

◆윤 총경, 수천만원 주식 받고 증거인멸한 혐의 등으로 기소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24일 윤 총경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윤 총경은 무죄 선고로 6개월 만에 석방된다.

윤모 총경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총경은 가수 승리 등이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라 불린 인물로 경찰의 버닝썬 의혹 수사 과정에서 가수 승리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윤 총경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했다. 윤 총경은 승리와 그의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2016년 서울 강남에 차린 주점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단속 내용을 확인한 뒤 유 전 대표에게 알려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다.

또 특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의 정모 전 대표가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해준 대가로 수천만원대 주식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와 정 전 대표가 건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도 받았다. 그는 버닝썬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대표에게 텔레그램 등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로도 기소됐다.

◆윤 총경 혐의 전면 부인… “추호도 부끄러움 없어”

윤 총경 측은 재판 과정에서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지난 8일 결심공판에서 “저는 버닝썬 클럽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어떤 유착행위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제가 국민 안전과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다짐하고 경찰에 몸을 던진 지 벌써 28년째이지만, 저의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의를 저버린 적은 결코 없었다. 제가 사건 무마 알선으로 수천만원 상당의 주식을 받았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단언컨대 저는 제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에게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추호도 부끄럽거나 떳떳하지 않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도 호소했다.

가수 승리(왼쪽)와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왼쪽 세번째). 승리 인스타그램 캡처

◆法 “100% 결백한 것은 아니나…” 무죄 선고 

검찰은 윤 총경에게 징역 3년에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추징금 약 4600만원도 요청했다.

검찰은 “윤 총경은 사업가 정모씨로부터 형사사건을 청탁받고, 비상장주식과 미공개정보를 받았다”면서 “사업가는 허투루 돈을 쓰지 않고, 반드시 대가가 있다. 경찰 공무원과 단순 호의관계는 있을 수 없고, 윤 총경도 이를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총경은 일선에서 자신의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경찰관들에게 좌절감을 남겼다”며 “동료 경찰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훼손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4일 “(윤 총경이) 다른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알선의 대가로 주식을 수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정 전 대표에게 받은 정보가 미공개정보라 하기 어려운 것도 있고, 피고인이 그것을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무죄라고 봤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 역시 유죄를 선고하기에는 검찰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100% 결백하거나 공소사실이 진실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나진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