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유럽연합(EU) 대사와 27개 EU 회원국 대사들이 중국 관영매체에 기고한 공동 기고문에서 코로나19 발병지를 언급한 부분이 삭제되는 검열 조치를 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전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것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주재 EU 대사 등은 전날 중·EU 외교관계 수립 45주년을 맞아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세계적 위기를 맞아 EU와 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기고문은 지난 45년 동안 중국과 EU의 협력관계를 되돌아보고, 코로나19 확산을 맞아 양측의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원래 기고문에는 ‘올해 많은 EU와 중국 고위급 회담 등이 계획됐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3개월 동안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우리의 계획은 잠시 보류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중국 외교부의 강력한 반발로 삭제됐다.
대신, 전날 발행된 신문에는 ‘코로나19 발생으로’라는 단순한 문구만 들어갔다. 또 영문 기사로만 발행됐고, 중국 기사로는 나가지 않았다. EU 외교 대변인은 “주중 EU 대사 등은 코로나19의 기원 및 확산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라는 요구에 대해 중국 외교부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외교부 동의가 없으면 발행 자체가 어렵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수정을 받아들여야 했다”며 “우리는 기고문이 완전한 형태로 발행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는 코로나19 발생과 우한을 연결하는 행위 자체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한 중국 우한 전문가 파견을 반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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