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지할지, 트럼프를 지지할지 생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흑인이 아니다.”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무심코 내뱉은 이 실언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약점을 호심탐탐 노리는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은 즉각 바이든 전 부통령을 거세게 비난하며 흑인 유권자들을 향해 “내가 바이든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외쳤다.
트럼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흑인 유권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모든 아프리카게 미국인이 이 글을 읽고 학습하길 바란다”며 글 하나를 리트윗했다. 해당 글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흑인이 아니다’ 발언 이후 흑인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가 올라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치하에서 공정한 사법개혁이 이뤄지고 흑인들의 실업율은 역대 최하로 떨어졌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상원의원이던 1994년 형사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 법안에 찬성했던 것을 부각했다. 이 법안 통과로 흑인 등 미국 내 유색인종이 대거 체포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이 글의 내용은 100% 사실”이라며 “바이든은 흑인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없고, 과거에도 그런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는 과거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는 무려 100만달러(한화 12억원)를 들여 바이든 전 부통령의 ‘흑인이 아니다’ 실언을 부각하는 디지털 광고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트럼프 캠프는 또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는 문구와 해시태그가 새겨진 티셔츠도 30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그는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다. 최근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면서 그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 표를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유권자 표의 8%밖에 얻지 못했다. 물론 이번에 트럼프 캠프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그때보다 지지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마치 ‘흑인 표는 다 내 것’이라고 여기는 듯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오만한 태도가 논란을 일으키면서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