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백인 경찰관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140여개 도시 전역으로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뉴욕시장의 20대 딸이 가담했다가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딸이 체포될 당시 아버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시위대에 해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키아라 더블라지오(26)는 지난 30일 밤 10시30분쯤 뉴욕 맨해튼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지시에 불응, 현장에서 체포됐다. 키아라는 백인인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뉴욕 경찰 당국에 따르면 키아라는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목이 눌려 사망한 것에 분노해 시위에 참여했고, 여기서 경찰관과 경찰차를 향해 각종 집기를 집어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포스트는 “키아라가 시장관저 소재지를 거주지 주소로 적어냈지만, 담당 조사관에게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다”면서 “관련 조사를 마치고 다음 날 오전 8시에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키아라는 아버지인 더블라지오 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대에 “평화적 시위를 존중하지만,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라고 촉구하기 한 시간 전쯤 체포됐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그는 2014년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진 경력이 있으며 2016년 산타클라라대를 졸업한 이후 직업을 얻지 않고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경찰 노동조합 가운데 하나인 뉴욕 경찰공제회는 이날 트위터에 “뉴욕시장 딸이 시위대 가운데 한 명인데, 누가 폭동에 참여한 무정부주의자로부터 뉴욕시를 지킬 수 있을까. 우리는 시장이 왜 강경 진압에 반대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트위터에 “(백인으로서의) 내 특권을 알고 있고 나는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흑인 사회의 일상에 인종차별이 스며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알고 있다”며 시위대에 공감을 표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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