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 받은 지 하루 만인 지난 1일 세계 무대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미·중 갈등이 깊어지고 그 사이에 낀 어려움이 있음에도 이번 일이 국격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며 G7 정상회의 초청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G7의 확대 형태로 대면 확대정상회의가 개최되면 포스트 코로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대면회의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세계가 정상적인 상황과 경제로 돌아간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개방·투명·민주 3원칙을 내세우고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주목 받은 K방역을 소개하고 경제위기 대응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7 회동에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G7 체제로는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 현안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이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를 G11이나 G12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G7 체제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 G7체제의 전환에 공감하며, G7에 한국과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G11은 G7에 한국·호주·인도·러시아를 포함한 나라들이고, 여기에 브라질까지 더하면 G12이 된다. 문 대통령은 브라질 포함 문제에 대해 “인구과 경제규모, 지역대표성 등을 감안할 때 포함시키는 게 적절하다”고 의견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좋은 생각이다. 그런 방향으로 노력 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응에 따라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미국은 중국과 미·중 무역갈등을 겪으며 반중국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G7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G11 또는 G12에 중국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민감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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