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남자 선배인 김도환 선수가 가해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사죄했다.
22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김 선수는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진심”이라며 최 선수의 유족에게 사과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최 선수 부모님에게 할 말이 있는가”라고 묻자 그는 “다른 말은 내가 나중에 찾아 뵙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는 가혹 행위 주범으로 지목된 팀 운동처방사 안주현씨를 비롯해 김규봉 감독, 장윤정 주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김 선수만 자리에 나왔다.
최 선수를 폭행한 적이 있느냐는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질의에 김 선수는 “2016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육상훈련 도중 앞길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최 선수의 뒤통수를 한 대 가격했다”고 폭행 사실을 고백했다.
안 씨, 김 감독, 장 선수가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것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맞다”고 인정하며 폭행 강도에 대해선 “둔기로 때리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폭행 빈도에 대해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고 답했다.
김 선수도 김 감독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엔 “담배 피우다가 걸려서 야구 방망이로 몇 대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안 씨가 치료 명목으로 부적절한 마사지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맞다. 치료 명목으로 마사지를 했었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에게도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다”라고 밝혔다.
최 선수가 안 씨에게 물리치료비로 8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의 금액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이것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도 “알고 있었다”라고 답한 김 선수는 자신도 매달 그 정도 금액을 안 씨에게 주었다고 폭로했다.
앞서 김 선수는 지난 9일 고 최숙현 선수가 잠들어 있는 경북 성주군 추모공원 납골당을 찾아 사죄하고 참배한 바 있다. 그는 앞선 청문회에선 “폭언과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사죄할 것도, 그런 생각도 없다”고 말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진실을 밝히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 전 주장은 자기는 최 선수 가혹행위 가해자가 아닌 운동처방사 안 씨에게 속은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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