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밀어붙인 일명 ‘임대차 3법’과 관련해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서울 서초갑)이 국회 본회의에서 5분간 한 연설을 두고 ‘역대급’, ‘사이다’라는 등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 반박에 나섰다. 윤 의원은 임대차 3법이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란 지적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이냐”고 반문했다. 앞서 윤희숙 의원의 연설을 비판했다 역풍을 맞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에 이어 윤 의원의 이 같은 발언 역시 구설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며, 임대계약기간을 기존 2년에서 2년 추가 연장하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취지의 통합당 의원(윤희숙) 5분 발언이 인터넷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며 “그러나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될 운명을 지닌 제도”라며 미국 등 선진국을 거론했다. 윤 의원은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온다”고도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도 대출금의 이자를 은행에 월세로 지불하는 월세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전세로 거주하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개인은 기관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에 결국 전 국민이 기관(은행)에 월세를 지불하는 시대가 온다”고 부연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개혁입법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을 재촉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세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 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이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세제도는 세입자에게 일시적 편암함을 주고 임대자에게는 지대추구 기회를 주지만 큰 목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들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방법”이라며 “정책과 상관없이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건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국민 누구나 일정금액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 통해 월세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금을 100% 자기 자본으로 하는 세입자도 거의 없다”며 “대부분 은행 대출을 낀 전세인데,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거나 은행에게 이자 내거나 결국 월 주거비용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한편으로는 “이번 법 개정에서 2+2(년)로 임대계약기간이 연장된 것만 해도 마음이 놓인다고 평가하는 무주택 서민이 많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민주당이 임대차 3법 중 2개 법안의 표결을 강행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연설로 화제가 됐다. 이 연설은 임대차 3법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의 관점에서 제대로 꼬집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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