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36·사진)가 자신의 작품에서 여성 혐오 내용을 담았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그가 출연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도 불똥이 튀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고, 결국 기안84가 공식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문제가 된 웹툰은 지난 4일과 11일 기안84가 새롭게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웹툰 ‘복학왕’ 303∼304화 ‘광어인간’편이다.
이 회차에서 여자 주인공 ‘봉지은’은 대학 선배 ‘우기명’의 인맥으로 한 대기업 아쿠아리움 사업부 인턴으로 입사한다.
봉지은은 인턴 첫날부터 업무 능력이 떨어졌지만, 40대 남자 팀장의 호통에도 애교를 부리는 등의 행동을 한다. 여기에 ‘봉지은의 생존 전략은... 애교?!’란 문구가 등장한다.
인턴 마지막날 회식 자리, 조개구이집에서 팀원들은 봉지은이 정직원이 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다. 이에 봉지은을 구박하던 팀장은 “누가 널 뽑아주냐? 우리 회사가 복지 시설인 줄 아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봉지은은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부순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같은 레벨의 것이 아닌… 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어 ‘봉지은, 기안그룹 최종 합격’이라는 설명이 뜬다.
이와 같은 다소 황당한 전개에 일부 독자들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회식장소에서 ‘조개를 깨부수는 행동’이 ‘성관계’를 암시한다고 본 것이다.
정직원이 된 봉지은은 팀원들과 함께 제주도로 발령이 난다. 숙소에서 팀장은 우기명에게 “마지막 회식날 술에 취해 봉지은과 키스를 했고 이후 사귀는 사이가 됐다”며 “내가 나이가 40인데 아직 장가도 못 갔다”라고 고백한다.
이에 우기명이 팀장에게 “잤어요?”라고 물었고, 팀장은 “ㅋ!!”하고 웃으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일부 내용은 수정)
기안84가 웹툰에 여성 혐오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등장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 연재 중지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기안84의 ‘복학왕’ 연재를 중지해달라는 내용이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자신을 평소 기안84의 웹툰을 즐겨 보고 있는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이번에 올라온 웹툰 여주인공이 본인보다 20살이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하여 대기업에 입사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희화화하며 그린 장면을 보게 됐다”고 했다.
청원인은 “인기가 있는 작가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볼 것이라 생각이 든다. 여자는 성관계를 하여 취업을 한다는 내용이 사회를 풍자하는 것이라는 댓글이 수두룩하다”라며 “전부터 논란이 꾸준히 있었던 작가이고, 이번 회차는 그 논란을 뛰어넘을 만큼 심각하다고 생각이 들어 청원 게시판에 올리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기안84를 향해 “부디 웹툰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의식을 갖고 웹툰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온라인 공간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여성 인턴이 20살 많은 팀장에게 성상납해서 대기업 입사하는 스토리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 “조개를 게로 바꿨다고 여혐 논란이 사라지나?” “기안84 한두 번도 아니고 여성 비하에 장애인 비하까지 문제가 많다고 봄” 등 웹툰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들은 “이 나라엔 표현의 자유도 없나? 이걸 왜 사과해?” “유독 기안84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듯” “기안84 힘내세요. 사과할 일 아니라고 봄. 하차하지 마세요” “그냥 만화일 뿐이에요.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거예요” 등 표현의 자유라며 기안84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회차 문제의 장면은 일부 수정됐다. 봉지은이 조개가 아닌 ‘대게’를, 배 위에서가 아닌 테이블 위에서 벽돌로 내리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기안84는 지난해 5월에도 작품에서 여성 장애인, 이주 노동자 비하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논란이 일자, 당시 네이버웹툰은 “작품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향후 작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와 함께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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