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감찰 카드'를 내세우면서 법무부와 대검찰청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양 기관이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두고 벌인 이른바 '부하 논란'의 파장에 이어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이 현실화할 경우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법조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추 장관이 전날까지 검찰에 대한 감찰 언급 가운데 윤 총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안은 세 가지다.
우선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한 검사·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의혹은 지난 22일 추 장관의 지시로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이다.
이 건은 라임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과정에 드러난 야권 로비 의혹을 지난 5월 윤 총장에게 직접 대면보고를 했으면서도 3개월 동안 대검 반부패부장에게는 중간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윤 총장이 직접 감찰 대상으로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보고라인 전반에 대한 감찰인 만큼 차후 감찰 대상에 윤 총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나머지 2건은 감찰이 본격화한 것은 아니지만 윤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경과나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서울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수사 의뢰한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탓에 수천억원대 펀드 사기 피해로 이어졌다는 국감 지적에 "감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으로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된 유력 언론사 사주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감찰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무부 측은 "관련 진정이 들어와 진상조사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감찰은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을 격화시켜 자칫 '검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법무부가 검찰총장 감찰을 거론한 사례가 있지만, 감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3년 9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총장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채 전 총장은 사실상 사퇴 종용으로 받아들여 물러났다.
현 정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감찰권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추 장관의 `윤석열 총장 감찰' 압박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부터 법무부 감찰관을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고 대검 감찰부를 확대 개편하는 등 감찰 기능을 강화했다.
정부 부처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감사원 감사 등 보편적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검찰에 대한 적절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라임 사건으로 드러난 검찰 관련 비위 의혹에 추 장관이 선제적으로 감찰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검찰을 개혁하려는 명분과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하지만 추 장관의 잇따른 감찰 공언이 정치 공세로 비치면서 야권에서는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반박하고 있는 데다, 재판 중인 펀드 사기 연루자의 폭로성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장관의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검 측은 추 장관의 감찰 방침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감찰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의 감찰 방침은 사실상 노골적인 사퇴 압박으로 봐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윤 총장이 국감장에서 잔여 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한 이상 법무부가 감찰해도 윤 총장의 사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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