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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 "정부 검찰개혁 근본적으로 실패했다"

입력 : 2020-10-29 09:00:00 수정 : 2020-10-28 23: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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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며 비판에 앞장 섰던 검사가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며 돌아선 것이어서 파장일 듯

현직 검사가 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근본적으로 실패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며 비판에 앞장 섰던 검사가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며 돌아선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옵티머스 무혐의 처분 당시 수사부장이었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이 '부실수사가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올린 글에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을 비판하는 검사들의 댓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28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이 검사는 검찰개혁에 대한 일선 검사로서의 소회를 밝히겠다며 "내년부터 시행될 수사권 조정, 앞으로 설치될 공수처 등 많은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직격했다.

 

그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아니, 깊이 절망하고 있다"면서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검사는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시그널은 충분하고, 넘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되었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철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공수처 수사의 정치적 중립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검사는 "지금의 정권이 선한 권력인지 부당한 권력인지는 제가 평가할 바가 못 된다"며 "다만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면서, 2020년 법무부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추 장관을 비판했다.

 

앞서 옵티머스 자산운용 관련 사건을 무혐의 처분할 당시 부장검사를 맡았던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은 전날(27일) 무혐의 처분이 부실·축소수사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2018년 10월 중앙지검에 수사의뢰서가 접수됐고 2019년 5월 혐의없음 처분된 이 사건의 경과를 설명하며 "이 사건은 금융감독원 등 전문기관이 조사를 선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요청한 게 아니고 이미 동일내용 사건이 고소취소로 각하처리된 사정, 전파진흥원 직원 진술 등에 비춰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의 내부분쟁에서 비롯된 민원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영장발부 가능성을 떠나, 경영권을 다투는 전 사주(추후 별건으로 수배)의 민원에서 비롯된 사건이고 근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자산운용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게 과연 비례와 균형에 부합하는지 의문인 상황이었다"고 했다.

 

중앙지검 접수 뒤 7개월 만에 사건이 처리돼 전결규정 위반이라는 지적도 반박했다. 그는 "조사과 지휘기관 4개월을 공제하면 3개월여만에 처리된 사건"이라며 부장 전결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형제번호가 아닌 수제번호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는 경우 장기사건이 아닌 한 부장 전결로 처리해왔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김 지청장의 글에 A부장검사는 "언젠가는 코로나 확산이 검찰 탓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옵티머스 피해가 검찰 탓이라고 한다. 조사과, 형사부에서 일을 해 본 검찰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사건 처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B부장검사는 "수사의뢰 경위가 석연치 않은 청탁성 수사의뢰 사건으로 보인다"며 "통상적인 사건 처리 경위와 내용까지 해명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는 글을, C검사는 "경영진의 재산분쟁이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짐작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영장을 청구한다면 수사권 남용이라는 질타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적었다.

 

D검사는 "요새는 검사에게 증거법이 아닌 '관심법' '미래 예측하는 법'을 요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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