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법정에 이춘재(56)가 출석한다.
이 사건은 앞서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일어났다. 미성년자(당시 13세)가 성폭행 후 살해된 사건으로, 이번에 재심을 청구한 윤성여씨는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참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윤씨의 피맺친 절규가 묻어나는 재심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한 이춘재는 피고인이 아니라 증인으로 출석하고, 언론에 노출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왜일까?
먼저 이춘재가 증인인 이유를 살펴보자. 이번 재판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씨에 대한 재심이다. 윤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는데 이춘재의 증언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춘재는 증인이 되는 것이다.
이춘재를 기소해 8차 사건에 대해 유죄를 묻는 재판이라면 그는 피고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8차 사건은 공소시효가 완성돼 수사는 할 수 있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기소할 수 없으니 재판도 할 수 없는 게 바로 이춘재 8차 살인 사건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춘재는 진범이라고 자백했으나 피고인으로 부를 방법은 없다. 영원히 말이다.
다음으로 이춘재에 대한 촬영 불허 이유를 살펴보자. 법원조직법 59조는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4조에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규칙 4조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있는 때에 한하여 촬영 신청에 대한 허가를 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의 동의가 없어도 촬영 등 행위를 허가함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면 허가할 수 있다. 아울러 규칙 5조는 재판장이 허가했더라도 촬영 등 행위는 공판 또는 변론의 개시 전이나, 판결 선고 시에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이춘재는 증인의 지위에 있는 만큼 촬영 등에 동의 여부를 묻는 피고인도 아니고, 공익을 위해 허가한다고 할지라고 변론 개시 전에만 촬영할 수 있어 그 후 진행되는 증인신문은 촬영할 수 없다.
법원조직법에서는 또 재판장의 허가가 있으면 시기 등에 제한 없이 촬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규칙에서 촬영시기를 제한하고 있다. 이게 합당한지 의문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판장이 촬영을 허가했다면 이에 합치되도록 촬영의 시기 역시 재판장의 재량에 맡겨 두면 안 될까? 공판 개시 전 혹은 변론 개시 전에만 촬영을 허가해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는 아닐 성싶다. 8차 사건으로 자식을 앞세운 부모와 그 유가족은 지금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한 맺힌 삶을 살아왔으며, 또 국가 폭력으로 젊은 청춘을 옥살이로 덧없이 보낸 윤씨의 삶까지 고려한다면 이 규칙은 불편하고 어색하다. 무엇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이번 재심을 지켜보면서 찾아봐야 할 때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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