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간 윤 총장의 행보를 ‘정치적’이라고 규정하며 비난해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기색이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 때문에 윤 총장 지지도가 올라간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는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 총장이 24.7%로 1위에 올랐다고 11일 밝혔다.
윤 총장에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2%, 이재명 경기지사가 18.4%로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야권 단독이 아닌, 여야 대권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윤 총장이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정치권은 들끓었다.
민주당 노웅래(사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애당초 중립을 지켰어야만 하는 검찰의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꼽히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편향성이 크다는 것, 정부 여당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정의라는 탈을 쓰고 검찰이라는 칼을 휘둘러 자기 정치를 한 결과”라고 평가절하한 노 의원은 “지휘권자에게 반발하고, 보란 듯이 화환을 전시하며,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는 등 수사가 아닌 정치적 행보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검찰을 이용해 자기 정치를 하는 행위, 검찰의힘 당 대표 윤석열을 더는 묵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와 검찰개혁으로 반드시 정치검찰을 척결하겠다”라고 적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도 처음이지만 제1야당 대선후보가 아예 순위에 없다는 것도 처음”이라고 적었다.
이어 “국민의힘 입장으로서는 사실 미칠 일”이라며 “‘윤 총장 현상’에 국민의힘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아예 도토리 싹까지 잡초 제거하듯 뿌리째 뽑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문밖의 그대, 홍준표·안철수만 범야권 후보로 된서리 맞으며 시들어 가고 있다”면서 “윤석열 입장도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현미경 검증만 불러올 뿐이다. 정치권에 뛰어들 처지도 못되고 가족 의혹만 부각되기에 본인도 괴로울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래저래 국민의힘은 국민의 눈에서 멀어져만 간다”면서 “국민의힘 큰일이고 큰 짐이다. 내부 대선주자는 없고 문밖의 그대만 울려 퍼진다”라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윤 총장이 이낙연·이재명 제치고 첫 1위를 기록했으면, 국민의힘이 사라진 게 아니라 ‘민주당이 제쳐진’ 것”이라고 반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이낙연·이재명 후보가 사라진 것”이라며 “오늘 결과가 정(청래) 의원이 환호작약하며 국민의힘 조롱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민주당이 매우 놀랄 일이지. 사리분별 좀 제대로 하시라”고 했다.
김 교수는 “추장관의 고집과 오기와 고집이 윤 총장을 1위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아마 당혹감과 충격 때문에 자성과 반성 대신 애꿎은 국민의힘 비난으로 오늘의 곤궁함을 벗어나려는 거 같다. 참 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윤 총장을 향해 “대권후보 1위로 등극했으니 차라리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면서 “검찰을 가장 중립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장본인이 정치 야망을 드러내면서 대권후보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해 언론의 책임이 대단히 크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끌고 나가는 정책을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주권재민이 아니라 주권이 검찰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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