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잇단 악재에 부딪힌 모양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0일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하고 수사를 진행 중인 데 이어 28일 경희고·한대부고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행정소송이 원고인 자사고 측의 승소로 판결 나며 8개 자사고와의 소송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전패했다. 교육청 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고 나섰지만 앞으로의 정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사고 행정소송 전패… 항소 릴레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28일 경희고와 한대부고의 학교법인인 경희학원과 한양학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경희고와 한대부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날 판결로 서울 내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 1심은 자사고들의 승소로 모두 마무리됐다. 서울시교육청이 2019년 7월 운영 성과평가 점수 미달을 이유로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8곳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며 제기된 4건의 소송에서 지난 2월 세화·배재고가 가장 먼저 승소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숭문·신일고가 3월, 중앙·이대부고가 이달 각각 승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패소한 3건의 소송과 마찬가지로 이번 판결에도 항소할 뜻을 밝혔다. 교육청은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현재 진행 중인 자사고 소송과는 별개로 ‘학교 유형의 다양화’에서 ‘학교 내 교육과정의 다양화’로 정책 전환을 이뤄 고교교육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8개 자사고 교장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은 8개 자사고와의 소송에서 이미 1억2000만원을 썼다”며 “조희연 교육감의 항소는 학생과 학부모, 학교의 피해를 가중하는 반 교육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교육감이 사과와 항소 철회를 하지 않으면 ‘2019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학생·학부모·교사·동문이 연합한 교육감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직교사 특채 의혹이 공수처의 ‘1호 사건’이 된 상황에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마저 완패로 끝나며 조 교육감이 무리한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이 소송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소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소송 결과와 별개로 2025년 전국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이 일반고로 일괄 전환될 예정인 상황에서 소송 비용으로 과도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교육정책을 개선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소위 진보 교육감들이 본인 이념에 따라 행정을 지나치게 해나간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공수처 ‘1호 사건’ 불명예… 조만간 참고인 조사
공수처의 해직교사 부당 특채 의혹 수사는 압수물 분석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조만간 압수물 분석을 끝내고 참고인 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채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조 교육감의 전 비서실장 A씨(현 정책안전기획관)가 27일 오후 과천 공수처 청사에 출석해 압수물 디지털 포렌식에 참관했다. A씨는 2018년 7∼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이 포함된 해직교사 5명의 특별채용 과정에서 조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지인 등이 포함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서류·면접 심사에 부당하게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A씨가 이날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는 “조사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시교육청 관계자 역시 “압수물을 반환받고자 출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8일 시교육청에 인력 20여명을 투입해 10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통상 압수물 분석 이후 참고인 소환조사가 수순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조만간 참고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인 소환조사에는 당시 특채에 반대 의견을 냈던 부교육감·교육정책국장·중등교육과장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A씨도 참고인 소환조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진술 확보까지 마무리한 뒤 조 교육감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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