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남북이 만난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 담화문으로 국내에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추가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장관은 6일 오후 8시 화상으로 진행되는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와 안보 문제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 장관은 최근 연락선 복원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지속적인 진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할 계획이다.
북한에서는 리선권 외무상의 깜짝 참석 가능성도 언급됐지만,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안광일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2년 연속 참석한다. 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로 국내에서는 정치권 및 당정 간에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에 대한 혼선도 빚어지고 있어, 북한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다만 외무상보다 급이 낮은 대사가 참석하면서 메시지의 무게감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ARF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장관이 ARF 계기 북한과 접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아세안에 촉구하는 것을 긴급한 지역 문제의 하나로 꼽았다.
한편 이번 ARF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는 재현될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와 신장 위구르 지역과 홍콩 내 인권침해 등을 역내 주요 위협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반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3일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을 ‘중국과 아세안을 이간질하는’ 국가로 묘사하며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가 위협받는다는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며 특히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밖에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 아직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기후변화 대응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ARF에는 아세안 10개국과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총 27개국이 참여한다. 북한은 2000년 7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7차 ARF 외교장관회의부터 꾸준히 참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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