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9개월 만에 법정에 출석한 가운데, 현장에서 그를 지켜본 고소인이 재판 당시를 회상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9일 TBS FM 라디오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 전에) 뒤뜰에서 산책하던 건강한 모습에 비하면 굉장히 노쇠하고 힘없는 모습에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달라졌나 생각이 들었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끝까지 재판이 이뤄져야 할 텐데 그런 차원에서 걱정이 들었다”고 전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달 5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연희동 자택 앞에서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아무의 부축도 받지 않고 홀로 뒷짐을 진 채 걸으며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광주지법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씨는 피고인석에서 호흡 곤란을 호소, 재판 시작 30여분 만에 경호원에게 몸을 의지해 퇴정했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늙어서 쇠약한 것을 전략 삼아 재판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부정하며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1심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헬기의 광주 도심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 전씨에게 명예훼손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2심 재판이 시작됐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전씨는 ‘계속 불출석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재판부의 경고에 결국 광주지방법원으로 향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