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위안부 비판 처벌법' 추진… 야권 "'윤미향 보호법'이라 해라"

안철수 "'후원금 유용 혐의' 윤미향도 공동발의자 참여"
원희룡 "솔직하게 '與 비판 및 처벌 금지법' 만드세요"
최재형 측 "與, 윤미향 비판을 모욕이라 생각하나 보다"

더불어민주당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 뉴시스

야권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더불어민주당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 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뿐 아니라 위안부 관련 단체의 명예훼손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공동발의자로 정의기억연대 사태 이후 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이 포함됐다. 야권 주자들은 이 법이 사실상 ‘윤미향 보호법’이라면서 입법 폭주가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주당이 위안부 할머니와 유족 뿐만 아니라 위안부 관련단체에 대한 ‘사실 적시’까지 금지시키는 ‘위안부 비판 처벌법’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더 놀라운 것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안 대표는 이어 “이것은 사실상 ‘정의연 보호법’, ‘윤미향 보호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대북전단금지법이나 언론중재법처럼 이 법 역시 생각이 다른 국민을 적폐로 몰아가고, 법으로 처벌하려는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 정권 들어서 ‘운동권 셀프 특혜법’ 시리즈물이 난무한다”면서 “민주화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학자금을 주고 주택대출을 지원하려다 여론에 밀려 철회했던 ‘민주화유공자예우법’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위안부 비판 처벌법’도 국민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위안부 할머니 분들을 특정단체의 재산으로 독점하겠다는 심보로 보인다”면서 “위안부 할머니 분들을 볼모삼아 사익을 챙긴다는 의혹을 받는 관련 집단이 있다면, 더욱 철저한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이날 ‘언론중재법에 이어 윤미향 셀프 보호법까지, 차라리 민주당 비판 금지법을 만들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게재하면서 비판에 나섰다. 원 전 지사는 “언론중재법에서는 삽화를 명시해 조국을 달래주고, 유튜브를 제외해 유시민에게 자유를 주더니, 이번에는 윤미향 셀프 보호법”이라면서 “‘입법폭주’를 하면서 민주당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을 내세우면서 슬쩍 관련 단체를 끼워 넣기 했다”면서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 비리 의혹을 비판하셨던 이용수 할머니까지 위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연합뉴스

원 전 지사는 이어 “도대체 민주당은 누구를 위한 입법을 하고 있습니까”라며 “국민을 위한 입법인 척, 피해자를 위한 입법인 척하면서 결국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차라리 솔직하게 ‘민주당 비판 및 처벌 금지법’을 만드세요”라면서 “잘못해도 비판받기 싫고, 처벌받기 싫다고 국민께 얘기하세요”라고 밝혔다. 원 전 지사는 “‘언론에도 재갈’ 물리는 민주당이 ‘국민 재갈’ 물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윤미향 의원의 ‘철판 셀프 보호법’과 민주당의 오만에 가득 찬 ‘악법 행진’에 대해 국민께서 반드시 심판해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 유승민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정의연보호법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피해자, 유족 또는 일본군위안부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기돼 있다”며 “그러나 그 명예를 가장 심각히 훼손한 자가 바로 윤미향 의원이라는 것은 모든 국민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이어 “법으로 역사를 단정하는 위험의 차원을 넘어, 할머니들의 상처를 개인을 위해 유용한 이들을 비판할 수도 없게 만들겠다는 악랄한 시도”라며 “즉각 법안 발의를 철회하고 윤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도 SNS를 통해 ‘솔직하게 ’윤미향 보호법‘이라고 해라’면서 이 법안을 비판했다. 캠프 측은 논평을 통해 “이 법이 통과되면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빼먹었다고 욕해도, 그게 사실일지라도 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이 법안은, 위안부 피해자나 유족만이 아니라 관련 단체에 대한 사실 적시까지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토론회, 기자회견 등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피해자를 모욕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면서 “피해자를 모욕? 민주당은 윤미향에 대한 비판을 모욕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전 감사원장 측은 이어 “구질구질하게 변명하지 말고 그냥 이 법의 이름을 ‘윤미향 보호법’이라고 불러라”면서 “그러면 솔직하다는 건 인정하겠다”며 냉소했다.

이희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