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이나 의복이 여기에선 생명 위협한다”
미군이 떠나고 탈레반이 완전히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첫날 시민들은 청바지와 다른 옷을 태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이젠 탈레반 치하에 놓인 아프간 시민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아마디(20·가명)씨는 아프간 정부에서 서방국가의 지원 아래 자유와 교육 및 고용을 누렸지만 탈레반이 국가를 장악한 후 직장을 잃은 세대이다.
아마디씨는 “세관에 취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합격했고 친구들과 함께 축하했다”며 “하지만 3주 만에 직장을 잃었고 탈레반은 많은 여성들에게 사무실을 떠나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긴 수염을 기른 남자가 내 의자에 앉아 있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지난 2001년 아프간을 집권했을 당시와는 다르게 가혹한 공개처벌을 하지 않고 공개 오락에 대한 전면 금지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아마디씨는 아프간을 떠나길 희망하고 있다.
아마디 씨는 “오늘 아침부터 울고 있고 오빠가 나가서 부르카를 사줬다”며 “청바지를 태웠는데 청바지와 함께 내 희망도 불탔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이상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고 단지 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탈레반이 나라를 장악한 이후로 최근 내내 쓰러질 것 같았고, 오늘은 땅에 떨어져 죽을 것 같았다”며 “밖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절대적인 우울감이 도시 전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북부 도시 ‘마자르이 샤리프’에 거주하는 ‘자바 라흐마니(가명)’씨는 “나는 탈레반들의 위협을 피하기 위한 첫 번째 예방 조치로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도록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염이나 의복은 세계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매우 단순한 일이지만 여기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투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탈레반은 1인당 출근액을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하고 있고 그마저도 인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카불의 엔지니어 ‘네사르 카리미(가명)’씨는 “은행이 문을 열기 전인 오전 6시쯤 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며 “낮 12시까지 기다렸는데 돈이 떨어졌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이 집에 왔다”라고 말했다.
앞서 미군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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