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이토 시오리(32)를 조롱하는 등 2차 가해하는 게시물을 온라인상에 올린 만화가 1명과 게시물을 공유한 남성 2명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지방법원은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토를 비방하는 그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만화가 하스미 도시코에게 88만엔(한화 약 915만원)의 배상금 판결을 내렸다.
또 이를 공유한 남성 2명에 대해서도 각각 11만엔(약 114만원)을 지불하게 했다.
앞서 2016년 언론인 지망생이던 이토는 야마구치 노리유키 전 TBS 기자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토는 2017년 일본에서 성폭행 피해자로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며 일본에 ‘미투 운동’을 불러왔다. 이토는 노리유키 전 기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12월 승소했다.
그럼에도 하스미 도시코는 이토를 닮은 여성을 그려놓고 ‘시험 삼아 거물 기자와 잠자리를 가졌다’, ‘배게영업 대실패’ 등의 내용을 넣어 자신의 SNS에 게재하여 2차 가해했다.
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눈물을 글썽이는 여성을 그려 놓고 “재판이란 간단하다. 카메라 앞에서 울고 재판관에게 보여주면 된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에 이토는 지난해 6월 하스미와 이를 퍼 나른 남성 2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도쿄지법은 명예훼손으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2차 가해 게시물을 퍼나른 것만으로도 처벌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재판부는 “게시물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자신의 의견과 비슷하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판시했다.
한편 하스미는 인종차별, 성차별적 삽화를 그리는 유명 극우 만화가다. 2015년에는 시리아 난민 소녀의 사진을 본따 그림을 그리고 “남의 돈으로 먹고 살고 싶다면 난민을 하자”는 그림을 올려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재일 교포와 한국인 여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가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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