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격 여학생들 희망·꿈 무너져”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여자 중·고교를 폐쇄한 데 이어 이번엔 여성의 대학 교육을 금지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고등교육부는 전국의 공립 및 사립대학에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여성의 교육을 무기한 금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는 수천 명의 고교생이 대입 시험을 치른 지 3개월 만에 나온 발표다. 아프간 대학은 현재 겨울 방학 기간으로 내년 3월 개학할 예정이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재집권한 뒤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부르카, 히잡 등으로 몸과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여성에 강제했고, 남성 가족 없이 여행도 금지했다. 지난 9월에는 공립학교에서 중·고교 여학생의 등교를 막아 교육 기회를 박탈했다.
여성의 대학 교육까지 금지되자 학생들과 교사들은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아프간 현지 교수는 “여학생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명문대에 합격해 지방에서 수도 카불로 옮겨 온 학생들도 있는데 그들의 모든 희망과 꿈이 오늘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한 그날, 여학생들이 대학에서 추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스마트폰을 쥔 탈레반은 겉으로는 예전 탈레반과 달라 보일지 몰라도 여성 교육을 금지했던 1차 집권기(1996∼2001년)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방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탈레반을 향해 “아프간 국민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기 전까지는 국제사회의 합법적인 일원이 되길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국가들은 이미 여성들의 경제 참여를 제한해 연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데, 이 같은 손실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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