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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취업 돕기’ 예산 0.8% 증가 그쳐… 저출산 완화에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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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30 17:56:57 수정 : 2023-05-30 17: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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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임신 등에 따라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을 돕기 위한 정부 예산이 올해 0.8%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년 간 연평균 8% 이상 관련 예산이 꾸준히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여성경제활동 촉진과 관련한 정부 지원 규모가 사실상 ‘제자리걸음’한 셈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 제고는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앞둔 한국에 국제기구가 권고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책 중 하나다. 특히 여성의 취업률 증가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예산 편성 방향은 저출산 완화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여성경제활동 촉진지원 사업 예산은 743억5500만원으로 지난해(737억4100만원) 대비 6억1400만원(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성 일자리 박람회 행사장이 여성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7년 이 사업 예산은 490억260만원으로 책정돼 전년보다 6.5% 늘었다. 이후 2018년 533억1300만원으로 8.7% 증가한 데 이어 2019년에는 559억7100만원(5.0%), 2020년에는 585억1800만원(4.6%)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701억7000만원이 편성돼 19.9% 급증한 이후 지난해 737억4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1% 예산이 늘었다. 최근 6년 연 평균 8.3% 정도 관련 예산이 증가했지만 올해 예산은 증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셈이다.

 

여성경제활동 촉진지원 사업은 전국 159곳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중심으로 경력단절 및 구직여성에게 구직상담, 직업교육훈련 등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포함한다. 또 경력단절여성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3개월 간 80만원을 지급하고, 인턴 종료 후 상용직·정규직 전환 후에 각 인턴 및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새일여성인턴도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여성(만15~6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9.9%로 OECD 38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1위를 기록한 아이슬란드(82.2%)는 물론 일본(73.3%)이나 미국(68.2%)과도 격차가 컸다. 특히 2021년 기준 30대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이 28.5%에 이르는 등 30~40대 초반 여성은 여전히 경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기구는 이에 한국 경제에 대해 평가할 때마다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지난해 “2035년까지 한국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같아지면 국내총생산이 지금보다 7% 이상 성장할 것”이라면서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추가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연합뉴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는 저출산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ㆍ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심층 조사 체계 운영’(2020년)에 따르면 ‘출산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44.7%(미혼)가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출산율을 결정하는 데 있어 소득과 이를 뒷받침 하는 직업 안정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2021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새일여성인턴을 확충하면서 2021~2022년 관련 예산이 늘어 올해 증가율이 예년보다 낮아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여성 노동자들이 크게 타격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관련 예산이 보다 확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초등학생 등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이 일자리를 많이 잃었고, 최근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늦어지는 상황”이라면서 “이를 만회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하는데, 지금 수준으로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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