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이다. 언론은 정치인의 입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누가, 왜 이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는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적잖이 공을 들인다. 하여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지향점이 보인다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 안을 재가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20년 TV조선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당시 점수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윤석열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는 판단 아래 면직 절차를 진행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을 탄압하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모습에서 이명박정부가 떠오른다고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윤대통령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을 재가했다”며 “방통위에 대한 검찰 수사의 목적이 한 위원장을 축출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임으로 MB정부시절 언론 장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 거명된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명박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냈던 이동관 현 대외협력특보다.
박 원내대표는 “MB정부 시절 미디어법 날치기, 정연주 KBS사장 기소와 해임, MBC PD수첩 제작진 수사·기소, YTN 기자 6명 해고 등 많은 언론 탄압이 있었다”며 “MB정부의 악습을 끊지 못하고 오히려 계승하는 듯이 하는 것은 정말로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언론 장악 시도를 본격 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피할 수 없다”며 “정권의 위기가 언론 장악과 탄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 면직안 재가가 방송·통신 정상화의 계기가 됐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편향적이고 편협한 언론관을 가진 한상혁 위원장의 퇴출, 방송·통신의 정상화 계기로 삼아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대표는 “한 위원장 주도 하에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점수를 조작한 범죄혐의는 검찰에 의해 그 증거가 확보되어 재판에 회부되었다”며 “재승인이 아닌 조건부 재승인이 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정치중립의무 위반 혐의”라고 쏘아붙였다.
면직 처분 취소 청구와 효력정지 신청을 하겠다는 한 위원장의 입장에 대해 김 대표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탄압이라며 법정투쟁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며 “성실의무와 품위 유지의무의 중대 위반을 면직 사유로 적시한 국가공무원법 등에 비춰볼 때 한 위원장의 면직은 당연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편향적이고 편협한 언론관을 가진 한 위원장의 퇴출을 계기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보다 더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한동훈 장관의 인사청문회 자료 유출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국회사무처, MBC를 압수 수색을 한 사실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직무 수행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가 무단으로 유출되고 공개되었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엄격하게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가 침해되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에서 사법기관을 탄압과 보복의 도구로 사용했던 경험에서 나온 ‘무지성 탄압몰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안 자체가 그렇게 무거운 문제인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의문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 한 장관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라며 반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 이렇게 말했다”며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깡패 짓이다. 한동훈 장관은 정말 검은 뿔테를 쓴, 뿔테 안경을 쓴 깡패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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