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에도 미국과 중국 본토를 오가는 항공편 수가 과거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영향이 항공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중국 항공정보업체 배리플라이트 통계를 인용해 올해 5월22일 기준 미국과 중국 본토(홍콩·마카오·대만 제외)를 오가는 항공편의 수가 2019년 일일 평균 대비 5.6%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같은 서방 국가인 영국, 독일과 중국 본토를 오가는 항공편의 수가 각각 72.1%, 44.3%까지 회복된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상황은 특히 이례적이다.
반면 중국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항공편 재개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이탈리아와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모두 2019년 수준의 90% 이상을 회복했다. 이집트는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항공편이 더 늘어 2019년 동일 대비 116.7%를 기록했다.
비록 이탈리아가 최근 탈퇴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중국의 경제·외교 협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带一路)에 참가 중인 국가들이다. 중국은 올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기도 했다. 전날 발표된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보고서는 이번 통계를 인용하며 “중국의 국제 관광 회복세에 지정학적 요인이 분명히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항공사들의 입장에서도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미국 국적기의 중국 노선은 러시아 영공 비행제한으로 인해 같은 경로의 중국 국적기보다 더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해당 비행제한으로 인해 미국의 3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에서 연간 총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미국항공사협회(A4A)가 올해 3월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3년 만에 국경 통제를 완화하고 입국 검역 요건을 폐지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노무라연구소는 올해 5월 기준 중국 본토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은 2019년의 40%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여름 휴가철을 전후로 항공편 수요가 늘어나면서 연말에는 70%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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