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접근성·교통·노동력 등 장점 어필
부지 제공·세제 혜택… 인센티브 ‘팍팍’
원스톱 투자지원단 등 꾸려 기업 공략
“제발 우리 지역으로 와주세요.”
다음달 1일이면 출범 1주년을 맞이하는 민선 8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역점 추진 시책으로 기업과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불확실한 국내외 변수로 인한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대규모 자본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앞다퉈 입지와 접근성, 교통여건, 노동력 등 장점과 부지 제공,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내세우고 있다. 투자를 고민 중인 기업에 환영의 손짓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성과가 두드러지는 대기업 생산시설을 들여오는 게 목표이지만, 미래 신산업과 연계한 유망 기업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신산업 투자 주목…이차전지 단지에 ‘올인’
1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는 민선 8기 투자 유치 금액이 4조4544억원으로 집계됐다. 로봇, 반도체, 모빌리티, 헬스케어,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등 5대 미래 신산업 분야 투자유치 금액은 1조2673억원으로 전체의 28%에 이른다. 7월부터 행정구역이 편입되는 경북 군위군의 풍부한 용지를 활용한 첨단기업 유치도 추진한다.
부산은 북항 1단계 재개발 부지에 정보통신(IT)·영상·문화복합, 문현금융단지에 금융 및 블록체인, 센텀2산업단지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및 지식서비스 업종을 배치하기로 했다. 지역별로 연관 업종을 집적화하면 국내외 기업 유치에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에 힘쓰고 있다. 원주에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유치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삼성 반도체 공장이 자연스레 둥지를 틀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올해 국비 200억원을 확보해 반도체 교육센터를 건립하기로 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전국 지자체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국가 첨단전략산업인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다. 이차전지는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 카메라 등 들고 다니는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핵심 소재다. 부가가치가 높아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함께 3대 전자부품으로도 불린다.
현재 경북 포항, 울산, 충북 오창, 전북 새만금 등이 공모해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며 특화단지 지정을 손짓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애초 6월에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지자체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와 7월로 연기했다.
포항은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국내외 이차전지 분야 핵심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5조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2027년까지 약 14조원의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이강덕 시장은 “포항을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울산은 전국 1위 리튬이차전지 밸류체인을 갖춘 게 장점이다. 전지 제조, 양극 소재, 전해액, 분리막 등을 다루는 선도업체 13곳이 밀집해 있다. 충북은 이차전지 완제품 생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이 있다는 사실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전북은 이미 이차전지 기업 14개사가 새만금에 입주했고, 7개사가 입주 예정이다. 땅값이 싸고 공장 인허가 절차가 빠른 게 장점이다. 전북은 2034년까지 이차전지 관련 기업 100개 유치, 고용 창출 1만명, 누적 매출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전북은 이차전지 산업의 공급망과 실증단지를 구축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인 새만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특색·인센티브 내세워
각 지자체의 기업 유치는 기업엔 유리한 투자 환경을 선택할 수 있고, 지자체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고’란 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투자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 등을 꾸리거나 지역별 특색을 강조하고 있다. 앞다퉈 다른 지자체보다 과감한 인센티브도 내세우고 있다.
대구는 복잡한 인허가 서비스를 신속하고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원스톱 투자지원단을 꾸려 기업 공략에 나섰다. 기업들은 그간 경영 계획에 맞춰 신속한 설비투자를 할 수 없는 큰 이유 중 하나로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 등을 꼽아왔다. 홍준표 시장은 “각종 인허가에 걸리는 행정업무 처리 기간을 과감히 단축해 2개월 이내에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남은 지난해 ‘투자유치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여러 대기업 전현직 임원과 금융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진 위원단은 산업과 기업별 투자유치 전략을 의논한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등 모든 분야에서 최상의 기업 투자요건을 제공해 국내기업뿐 아니라 해외 자본 투자유치까지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제주는 생물자원과 신재생에너지, 관광 인프라를 강조하며 20개 상장기업 육성과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임대료 감면과 설비투자보조금 지원 외에도 이전 기업의 직원 거주비 지원과 ‘제주 워케이션’(일과 휴식을 함께) 프로그램 등 직원들을 직접 공략하기도 했다.
◆ 강만구 초대 경남투자청장 “‘투자유치 1번지 경남’ 시동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대”
“활발한 투자유치로 경남 성장을 선도해 대한민국 투자유치 1번가로 만들겠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유치 경쟁이 활발한 가운데 강만구(사진) 초대 경남투자청장은 “투자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청장은 “다른 지자체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외 투자와 기업 유치를 통해 경제 가속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며 “경남투자청이 성장을 선도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투자청의 올해 투자유치 목표는 7조원이다. 강 청장은 올해 목표 유치를 위해 투자유치자문위원회와 투자유치단과의 긴밀한 협업을 강조했다. 경남투자청은 투자운영팀, 국내유치팀, 해외유치팀으로 3팀 12명의 민간 투자유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전국 광역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설립된 투자유치 전문기관이다. 지난해 7월 민선 8기 도정 출범과 함께 경남도 출연기관인 (재)경남도경제진흥원에 투자유치 기능을 추가한 부설기관으로 명칭과 기능이 개편됐다. 기업 투자 상담과 소규모 자체 설명회, 잠재투자기업 네트워크 형성 등 현장 중심 투자유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투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남도는 2030년까지 국내외 유치 분야에 투자유치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국내외 투자유치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전문인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강 청장은 “동부 경남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가 더욱 필요한 서부 경남지역으로의 투자유치를 통해 우주항공산업은 물론 관광산업 분야 발전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청장은 “경남은 경남 기업들의 기술로 만들어 성공적으로 발사한 누리호와 같이 무한한 미래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우주항공은 물론 조선해양플랜트, 방위산업, 원자력 등 분야에 있어서 국내 생산규모 1위를 차지하는 제조업 중심으로 경남의 발전이 대한민국 발전이라는 마음으로 투자유치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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