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최근엔 전국 미용실에 영업 중단 명령"
아프가니스탄을 다스리는 탈레반 세력이 “음악은 도덕적 타락을 불러온다”는 이유를 들어 악기를 불태우는 사태가 일어났다고 영국 BBC 방송이 7월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악기 화형식은 7월29일 아프간 서북부 헤라트주(州)에서 벌어졌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수천 달러 상당의 악기와 음악용 장비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기타, 드럼 외에 앰프와 스피커도 눈에 띈다. BBC는 “대부분 인근 도시의 결혼식 연회장에서 압수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2021년 8월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은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물론 음반이나 음원을 재생하는 것도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탈레반 정권의 중앙 부처 중 하나인 ‘선악부’(Vice and Virtue Ministry) 관계자는 “음악은 청소년들이 길을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의 옛 국립음악원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사람들은 예술의 자유를 빼앗겼다”며 “악기를 불태우는 것과 같은 일은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대량학살의 작은 사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아프간을 떠나 유럽에 살고 있다.
탈레반은 이슬람 극단주의를 표방하는 무장 단체다. 1994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결성된 이래 급속히 세력을 확장해 1996년에는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아프간의 집권 주체가 되었다. 그들이 아프간을 통치한 2001년까지 사교 모임은 물론 텔레비전(TV)이나 라디오에서도 모든 형태의 음악이 금지됐다.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은 주모자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바 빈 라덴이 아프간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고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 아래 아프간을 침공했다. 이 전쟁으로 탈레반은 축출되고 아프간에는 미군 지원을 받는 친미 성향의 정부가 수립됐다. 그때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아프간 문화계는 자유를 누렸고 음악 또한 번창했다.
2021년 미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은 허약한 아프간 정부군을 무너뜨리고 그해 8월 카불에 입성함으로써 재집권에 성공했다. 음악인들은 거의 대부분 해외로 피신했다. 남은 이들은 탈레반의 구타와 차별에 시달리는 중이다.
재집권 후 2년간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의 자유에 심각한 제한을 가했다. 여성들의 경우 눈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가려야 한다. 여성이 45마일(약 72㎞) 이상을 이동하는 여행을 떠나려면 남성 친척의 동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자는 10대 소녀를 포함해 초중등학교, 대학, 공원, 체육관 등 출입이 금지된다. BBC는 “최근 아프간 전국의 모든 미용실이 탈레반으로부터 영업 중단 명령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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