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특수교사가 학부모의 요청으로 가출 학생을 지도하다 아동학대 혐의로 몰려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물었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앞에서는 ‘무법지대에서 교육안전지대로!’ 국회 입법 촉구 및 서울 모 초등교사 추모 5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각장애 특수교사 이대희씨는 “저는 시각장애인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이동하는 게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보다 저희 사회에 짙게 깔려 있는 불편함, 어쩌면 불편함을 넘어 불행한 현실에 대해 말하고자 지팡이를 짚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전에서 장애 학생을 18년간 지도한 이씨는 2년 전 겪은 학부모 악성 민원을 언급했다.
그는 “2021년 11월13일 오전 8시20분쯤, 전날 가출했던 한 학생의 생활지도를 했는데 이는 학생 학부모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학생 주머니에는 녹음기가 있었다”며 “훈육 이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해 압수수색과 두 차례의 경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2500만원의 합의금을 주고서야 사건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교사는 말과 행동이 구속 고발로 이어질까 봐 두려움에 스스로를 검열하고 학생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교실은 교과 지식만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삶에서 필요한 인성을 배우고 시련을 헤쳐가는 걸 배우는 공간”이라며 “교실에서 학생에게 고소당하지 않고 생활지도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함께 장난치고 놀았던 교사와 학생, 서로를 신뢰했던 학부모와의 관계 이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교육 현장을 무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교육이라는 무대에서 주인공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이고 무대 위 공연에서는 갈등으로 만들어지는 숨 막히는 긴장과 예상치 못한 사건 그리고 해결해가는 따뜻함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이는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다양한 색깔의 아이들과 다채로운 학부모들이 좌충우돌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인데 오늘의 현실은 교육적 의도를 가진 교사가 학생에게 생활지도 하는 장면에서 학부모는 무대 위에 있는 교사를 끌어내리려 한다”며 지적했다.
덧붙여 “연극의 주인공들은 각자 맡은 역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마침내 멋진 공연으로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는 마음을 알렸다.
이씨의 영상은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아동학대범 몰려 합의금 2500만원 낸 교사의 절규, 살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갈무리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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