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승은 대한항공인 것일까. 남녀를 통틀어 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이 개막전에서 산뜻한 승리를 알렸다. 매 세트 접전이 펼쳐졌지만, 결국 웃는 것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개막전에서 주전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3-0(27-25 25-22 25-23)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을 챙겼다.
이날 대한항공은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다. 국내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로 손꼽히는 정지석이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졌고, 주전 미들 블로커 김민재도 부상으로 경기장에 오지도 못했다. 백업 아웃사이드 히터 이준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두터운 선수층이 빛을 발했다.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이 수비에서 제 몫을 다 해주는 가운데 3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이 정지석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냈다. 비시즌에는 국가대표에도 차출되며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정한용은 76.92%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2점을 몰아치며 공격에도 링컨에 이은 2옵션 역할을 확실히 해냈고, 수비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경기를 펼쳤다. 3년째 대한항공과 함께 하는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링컨 윌리엄스도 60.00% 효율 좋은 공격 성공률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현역 최고의 세터 한선수의 경기운영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반면 새 외국인선수로 지난 시즌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아포짓 스파이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를 영입한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주전 아포짓으로 뛰던 허수봉을 미들 블로커로 출전시키는 변칙 전술을 사용했다. 허수봉이 비 시즌 내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아웃사이드 히터로서의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허수봉과 전광인, 박경민이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고, 아흐메드와 아시아쿼터 차이 페이창도 각각 리비아와 대만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주전 전체가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일주일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은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이 경기 전 우려했던 모습이 나왔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은 1세트였다. 세트 막판까지 접전으로 치러졌지만,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은 대한항공이 한 수 위였다.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의 결정적이 너무나 아쉬웠다. 24-24에서 아흐메드는 두 번의 공격이 연달아 정한용에게 가로막히면서 세트를 내줬다. 아흐메드는 1세트에만 13점을 몰아쳤고, 공격성공률도 52.38%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득점이 결정적으로 필요한 순간마다 상대 사이드 블로킹에게 막혔다. 허수봉을 미들 블로커로 활용하면서 아흐메드를 기용하고 있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다.
2세트와 3세트는 대한항공이 세트 초반 크게 달아나면 현대캐피탈이 중반이후 2~3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승자는 대한항공이었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을 상대로 정규리그 1승5패, 챔피언결정전 3전 전패 등 1승8패로 밀렸던 현대캐피탈로선 올 시즌도 ‘대한항공 공포증’ 극복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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