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찜질방과 대구의 한 대학교 기숙사 등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전국에 ‘빈대 공포’가 확산하면서 온라인상에 ‘지하철에서도 빈대를 봤다’는 목격담이 퍼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에서 빈대가 증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지난 8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빈대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불빛도 밝은 대중교통 자체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교통에서의 빈대 확산 혹은 증식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공포심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양 교수는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퍼진 사진 속 벌레는 빈대가 맞다고 확인했다. 또한 빈대 밑에 혈흔이 까맣게 변한 것에 주목하며 흡혈한 지 이틀 정도 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틀 전에 이미 누군가를 통해서 대중교통으로 옮겨졌고, 우연히 그분의 옷에 붙어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 교수는 전 세계가 빈대 공포에 휩싸인 데 대해 “우리나라 상황은 대중교통에 퍼져서 피해를 주는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빈대는 진동을 싫어하고, 야행성이며 주로 이른 새벽에 흡혈한다면서 낮이나 밝은 공간에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지하철이 움직이면서 진동이 발생하고, 사람 체온이 느껴지니까 간혹 빈대가 틈새에 숨어 있다가 기어 나오는 경우는 있긴 하다”면서도 “대중교통이 빈대가 번식·증식하는 수단으로는 이용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 교수는 혹여 옷에 빈대가 붙었을까 불안하다면 집에 들어가기 전 외투를 벗어 잘 털어내면 빈대도 함께 털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은 1960, 1970년대 빈대를 박멸하기 위해 DDT 살충제를 살포하는 등 대대적인 작업을 벌인 끝에 빈대가 거의 자취를 감추 ‘빈대 청정국’으로 불렸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내국인이 급증하면서 유입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역업체 전문가들은 현재 퍼지고 있는 빈대는 토종 빈대가 아니라 열대 빈대인 ‘반날개 빈대’라고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공항 출국장, 해외 감염병 신고센터에서 프랑스 영국 등 빈대 발생 국가 출입국자와 해당 국가에서 화물을 수입하는 수입기업을 대상으로 해충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빈대는 전염병을 퍼뜨리지는 않지만, 주로 야간에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며 피를 빨아먹는다. 빈대에 물리면 모기에 물린 것보다 훨씬 심한 가려움을 유발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피부 감염증과 고열, 빈혈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박멸도 쉽지 않다.
빈대가 발견됐다면 스팀(고열)이나 진공 청소를 하고 빈대 서식처를 확인한 뒤 살충제 처리를 해야 한다. 오염된 직물을 50~60℃ 건조기에 약 30분 이상 돌려야 빈대를 박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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