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식료품 물가가 7% 가까이 상승하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과일·채소 등을 포함한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0%에 달할 정도로 크게 뛰면서다. 농산물 가격은 작황부진 여파 등에 따라 이달에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석유류 가격 변동성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당초 내걸었던 ‘상반기 중 2%대 물가 조기 달성’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2월 식료품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7% 올랐다. 이는 1~2월 기준 2021년 8.3%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작년 9월 5.3%에서 10월 6.9%로 오른 뒤 올해 1월(6.0%)까지 4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7.3%로 높아졌다.
식료품 가격이 급증한 건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 어개·채소·과일 등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의 물가지수는 지난달 작년 동월 대비 20.0% 급등했다. 2020년 9월 20.2% 상승한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달 과일 물가지수는 38.3% 올라 1991년 9월(43.3%) 이후 32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채소 및 해조도 작년 3월(12.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농산물 가격이 과일을 중심으로 이달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농업관측 3월호’를 보면 이달 토마토와 대추방울토마토 도매가격은 각각 2만3000원(5㎏ 기준)과 2만4000원(3㎏ 기준)으로 1년 전보다 43.9%, 11.2%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딸기와 참외 도매가격은 각각 2만2000원(2㎏ 기준), 8만5000원(10㎏ 기준)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각각 17.7%, 5.1% 비싼 것이다. 현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사과, 배 등의 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품목 역시 착과율 감소 등에 따른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과, 배 가격 경우 햇과일이 본격 출하되는 추석 전후까지 공급량이 부족으로 당분간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정부가 설 성수기에 공급을 늘렸던 여파로 저장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향후 가격이 더 상승할 우려마저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3월 이후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던 채소 가격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경연은 이달 대파 도매가격은 1㎏에 2950원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50.5% 오르고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배추 가격은 10㎏에 9500원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36.8% 비싸고 평년보다 16.4%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농산물과 함께 석유류 가격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639.18원으로 두 달 전(1월9일) 1570.46원과 비교해 68,72원 올랐다. 자동차용경유도 같은 기간 ℓ당 1482.92원에서 1540.00원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물가 대응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할인지원 정책이 오히려 수요를 자극해 시장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는 할인을 통해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측면을 본 것이며, 할인을 했다고 수요가 크게 늘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대체 품목의 공급량을 늘리는 대책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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