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이고 공정하며 평등한 사회를 구축할수록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믿습니다.”
취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한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30일 서울 광화문 주한호주대사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웡 장관의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여성기자협회 소속 여성 기자 7명을 만나 진행됐다.
웡 장관은 “민주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업이자 여성으로서 쉽지만은 않을 업계에 종사하는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30년 가까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높다는 사실에 웡 장관은 “그게 정말이냐?“고 놀라워했다.
OECD 성별임금격차 통계(2023)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의 임금이 29.3% 적은 것으로 나타난 한국은 ‘불명예 1위’를 수십년째 벗지 못하고 있다. 호주는 이 수치가 11.3%로, OECD 평균(11.4%) 수준은 됐다.
웡 장관은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모든 인력을 완벽하게 잘 활용할 때 더 잘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현재 호주의 집권당은 어떻게 하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조는 이번 정권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호주가 지켜오고자 한 부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웡 장관은 “물론 호주도 완벽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지만 많은 변화를 일궈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성별임금격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성차별 해소, 더 많은 여성의 의회 진출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젊었을 때 여성의 정당 진출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주창했고, 그 결과 당내 규칙을 바꾸고 지금과 같이 훨씬 많은 여성이 의회와 정부 내각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주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23년 기준으로 38.4%를 기록해 OECD 평균(33.8%)을 상회한다. 한국은 이 수치가 19.1%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말레이시아 출생인 웡 장관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아버지와 영국계 호주인 어머니를 두고 있으며, 유년 시절 부모와 함께 호주에 정착했다.
2001년 연방총선을 통해 연방상원의회에 진출했고, 이후 노동당의 핵심 각료로서 지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말 현지 여론조사 기관 리졸브 정치 모니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웡 장관은 호주의 첫 성소수자 각료로서 2017년 동성애 관련 주민투표 통과에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올해 3월 그는 18년 동안 함께한 동성 파트너와 호주의 한 와인 농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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