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부터 잉글랜드·북아일랜드 주요 도시서 폭력 시위
영국에서 흉기 난동으로 댄스 교습을 받던 어린이 3명이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극우 폭력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시위로 경찰서, 도서관 등이 방화로 불에 타거나 훼손되는 등 반이슬람,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파의 폭력 수위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주말 사이 영국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폭력시위로 최소 90명이 체포됐다. 2일 밤부터 시작된 소요사태는 주말에도 이어졌으며, 경찰에게 벽돌이나 유리병을 던지고 이슬람 사원을 공격하는 등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가 약 13년 만에 영국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폭력시위라고 전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전날 밤 긴급 내각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길거리의 법적 무질서와 폭력 행위에 연루된 모든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시위는 지난달 29일 17세 소년이 댄스 교실에 난입해 흉기를 휘두르며 어린이 3명을 살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용의자가 웨일스 카디프에서 태어나 사우스포트 인근 마을 뱅크스에서 거주했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신상이나 종교는 상세히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범인이 이슬람이란 소문부터 영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이주민이란 가짜뉴스가 퍼졌다.
시위가 촉발되자 법원은 신상 비공개로 허위정보가 퍼질 우려가 있다며 피의자 이름(액설 루다쿠바나) 공표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스타머 총리는 이를 두고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폭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며 “극우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짓 정보가 SNS상에 유통되는데도 SNS 기업이 이를 방관했다며 기업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SNS상에는 흉기 난동 이후 영국 국기 유니언잭 티셔츠를 입고 우는 아이 뒤로 무슬림 전통 복장을 한 채 수염이 난 남성이 국회의사당 밖에서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긴 인공지능(AI) 조작 사진이 퍼지는 등 가짜뉴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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