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한시준 전 관장은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된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대해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고 임명철회를 하든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전 관장이 퇴임 후 신임 관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전 관장은 1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형석 관장에 대해 “추천된 후보 중 가장 반독립운동, 반민족적, 반국가적 발언을 많이 한 분이라 임명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 관장은) 독립운동을 연구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독립운동을 평가절하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결과적으로 왜곡한 인물”이라며 ”특히 일제에 협력했던 사람들을 다시 재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인데 그런 분은 독립기념관 건립 취지와 성격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 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했다. 독립기념관장은 독립기념관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보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당시 임추위는 김 관장을 포함한 3인을 보훈부 장관에게 추천했는데 이종찬 광복회장 등 몇몇 위원들은 세 후보 중 김 관장을 포함한 두 명을 ‘뉴라이트’ 계열 인사라고 지목하고 강하게 반대해왔다.
특히 김 관장은 독립운동과 관련성이나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독립기념관장은 독립운동가나, 독립유공자의 후손 등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거나 연구해온 학자가 맡아왔기 때문이다.
광복군 등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학자 출신인 한 전 관장은 “(신임 관장은) 독립운동사를 공부한 분이 아니고 학계에서도 존재를 모르는 분”이라며 “최근 강연을 여러 차례 했던데 1948년에 건국을 했다거나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해야 한다는고 말을 했는데 이는 뉴라이트와 같이 독립운동사를 평가절하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이 하던 말”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관장은 “우리가 독립운동을 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살게 된 것인 만큼 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을 선양하고 후대에 알리는 곳”이라며 “그런데 신임 관장이 어떻게 취임하자마자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된 사람들 중 억울하게 친일파로 분류된 사람이 있으니 다시 검토하겠다는 말을 하나. 독립기념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분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관장이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뉴라이트 중 내가 뉴라이트라고 밝힌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념 논란이 벌어진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기로 결론 내리면서 논란이 커진 바 있다. 당시 홍범도 장군에 대해 자유시 참변에 가담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입장문에 밝혀 역사학계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전 관장은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부터 이번 인사까지 현 정부의 역사인식은 상당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며 “일본에 편향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역사인식과 거의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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