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 머그잔’ 몰래 챙겨갔다고 “너 해고!”… 법원 “과한 조치”

법원 “개당 2만원 제품, 반출한 머그잔 5개 중
2개 고객에 증정, 3개 회사에 반납한 점 감안”

고객에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머그잔을 챙겨갔다는 이유로 회사가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맞지만, 해고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포르쉐의 공식 판매회사인 아우토슈타트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 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broken ceramic coffee or tea cup. Black background

회사는 지난해 2월 회사 물품을 무단 반출했다는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A씨가 고객 사은품인 머그잔 세트 5개와 달력 1개를 챙겨 회사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사내 보고·지휘 체계를 무시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A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구제 신청을 냈고 충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아우토슈타트는 이런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가 머그잔 세트를 가져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A씨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고는 과중한 조치”라고 판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판부는 A씨가 반출한 머그잔이 개당 2만원으로 고가의 제품이 아니고, 반출한 머그잔 5개 중 2개를 고객에게 증정했고 나머지 3개는 회사에 반납한 점 등을 감안했다. 달력에 대해선 회사가 기존에도 엄격히 반출을 관리했는지 불분명하고, 단지 사은품을 무단으로 꺼내 갔다는 사실만으로는 회사의 지휘 체계를 어겼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회사는 이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종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