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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파’ 윤상현 “대통령에게 ‘윤석열씨’가 뭔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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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2-13 22:00:00 수정 : 2024-12-13 23: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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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수호자로 맹활약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통치 행위” 주장
민주당, 윤 의원 겨냥 “원조 내란범 전두환의 (전) 사위 답다” 맹비난

난데없는 12·3 계엄 선포 사태로 나라와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트려 탄핵 위기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권 인사 중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만큼 고마운 존재는 없을 듯싶다. 실제 윤 의원은 국민 대다수의 민심과 동떨어진 언사도 불사하며 윤 대통령 수호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당내 친윤(윤석열)계 의원 대부분이 성남 민심과 지역 유권자들의 눈총을 의식해 대놓고 윤 대통령 엄호를 주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윤 의원이 평소 ‘의리’를 중시하는 데다 수도권에선 이례적으로 두 차례(20·21대 총선)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될 만큼 탄탄한 지역 기반을 다져놓은 것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과 윤 의원은 폭탄주를 즐길 만큼 주량도 세서 가끔 술잔을 기울이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윤 의원의 지나친 ‘의리 행보’가 민심을 더욱 들끓게 한다는 우려와 지적이 적지 않다. 윤 의원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사사건건 윤석열정부의 발목을 잡고 이재명 대표 방탄에 전력한 더불어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쉽게 정권을 내줘선 안 된다며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했다고 해도 언행만은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한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13일 윤 대통령의 즉시 하야를 요구한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을 향해 “왜 지금 우리 스스로 대통령을 먼저 단죄하고 끌어내리려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씨’가 뭔가.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윤석열 대통령으로 호칭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그분 이야기는 하지 마시라. 이제 ‘윤석열씨’라고 하겠다. 그분이 대통령인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즉각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과거 친박(박근혜)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은 “저는 탄핵당해 쫓겨난 박근혜 대통령을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으로 호칭한다. 저는 12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도 ‘이재명씨’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대한 법적 절차나 조사도 없이 왜 지금 우리 스스로 대통령을 먼저 단죄하고 끌어내리려 하나”라며 “대통령이 저렇게 강변하면 적어도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 대통령을 세운 여당이 보여야 할 기본자세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윤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도 “나 살자고 대통령을 먼저 던지는 것은 배신의 정치다. 지금 윤 대통령을 탄핵하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것”이라며 한동훈 대표의 ‘탄핵 찬성 당론’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한 대표가 말하는 당은 한 대표 본인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인가”라며 “윤 대통령께서 국정 안정화 방안을 ‘당에 일임’한 것은 당 대표에게 일임한 것이 아니라 당 최고위원회, 의원총회, 또 여러 원로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습 방안을 모색하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후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의원은 앞서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문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라고 강변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대북 송금을 했지만 처벌하지 않았다. 통치행위라고 해서 처벌 안 했다”며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 국헌문란(의) 하나이고, 또 하나는 헌법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시키고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게 두 번째”라며 “당시 상황을 보면 언론사, 방송사 다 군대가 안 갔고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만 갔다”고 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군대가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왔다. 그걸 통치 행위로 얘기한다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말이 되냐”고 비판하자, 윤 의원은 “의장님께서도 대법원 판례 검색을 해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윤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점까지 언급하며 윤 의원의 인식과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위헌적·불법적 계엄선포를 통치행위로 퉁칠 수 있나. 전두환의 학살도 통치행위인가”라며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 안 된다. 무슨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지 모르겠다. 윤 의원은 해당 발언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윤 의원은) 대통령이 총을 든 계엄군을 보내 군홧발로 짓밟은 바로 그 국회에서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라고 국회를 모독했다”며 “과연 원조 내란범(전두환)의 사위, 쿠데타 순혈다운 발언”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오른쪽). 연합뉴스

윤 의원은 까마득한 후배이자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인 김재섭 의원을 곤경에 처하게 한 발언으로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 8일 보수 성향 배승희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가 김 의원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7일 국회 표결에 불참한 김 의원은 “형, 나 지역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이에 윤 의원은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 반대했다.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며)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줬다”고 조언했다.

 

이어 윤 의원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나름”이라며 “지금 당장 그럴(힘들) 수 있다. (그러나)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김 의원에게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모셔 왔다. 그래서 지금 손절하고 용도 폐기하고 버리는 정치는 비겁한 정치다”라며 “이분이 명예롭게 이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 의원들의 몫이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연합뉴스

김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서울 ‘험지’ 도봉갑에서 당선돼 주목받았다. 그러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하다가 7일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뒤 야권 지지자 등으로부터 심한 비난에 시달렸다. 그 와중에 윤 의원이 둘 사이 오간 대화를 언급하면서 더욱 곤경에 처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윤상현 의원 유튜브 발언 관련해서 말씀드린다. 제 이름이 언급되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나간 것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총장에서 윤상현 의원에게 악화된 민심을 전달하고 당의 대응을 촉구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의 행보가 논란이 되면서 그가 지난해 12월 배우 김승우의 유튜브 채널 ‘김승우WIN’에 출연해 나눈 대화도 소환됐다. 당시 윤 의원은 ‘주량이 얼마나 되냐’는 김승우의 질문에 “전에 정우성, 이정재와 술을 마셨는데 이정재가 폭탄주 10라운드쯤 가니 ‘더는 못 마시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우성은 나와 함께 26라운드까지 갔다”며 “정우성이 나와 러브샷으로 마시고 제가 뒤에 일정이 있어서 다음에 하기로 했다. 오후 9시반쯤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술을 정말 잘 마시는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이 술을 잘 드신다”고 했다. 이어 “우린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건) 소셜 드링크라 어떻게 하면 서로 편안하게 좋게 지낼까 하는 면에서 술을 마신다. 혼자 막 마시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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