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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속'을 채우자] 1부 통합의 지혜 ③첨예화 되는 지역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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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3-12 23:21:28 수정 : 2013-03-12 23: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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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부터 중앙집권적 통치방식을 유지한 우리나라에서 지방은 단지 중앙이 통치 또는 포용해야 할 대상이었다.

중국이나 서구사회와 달리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봉건제를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역 단위의 정체성을 확립할 기회도 없었다. 따라서 지방이 적절한 관계 설정을 위해 고민하는 대상 역시 중앙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역갈등으로 꼽히는 영·호남의 갈등도 알고 보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중앙이 출신 지역에 따라 중용하거나 배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결국 ‘지방 대 지방’의 갈등이 아닌 ‘중앙 대 지방’의 갈등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지역사회 내부의 시민의식도 함께 신장됨에 따라 지역 간에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지역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화·세분화·첨예화하면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위험수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사에서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는 국민 대통합을 약속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새 정부의 국정목표를 발표하면서 “세대 간, 지역 간, 이념 간 갈등이 없는 대통합 사회를 만들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세대·이념 갈등만큼이나 한국사회에 지역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지역갈등 정서의 바탕에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이 깔려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자 지역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지나치게 배타적인 형태로 표출되거나 집단 이기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낼 때 다양한 문제들이 유발된다. 특히 최근에는 ‘강하게 저항할수록 보상 수위가 높아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갈등의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재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주로 가치갈등이 많았지만 현재는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많다 보니 손익을 철저히 따지게 된다”며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더 많은 이익을 요구하면 더 많이 보상받을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갈등을 더욱 복잡하고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배타적·극단적 갈등


지역갈등이 현재처럼 이해관계에 따른 충돌 양상을 보인 것은 환경문제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 초 ‘님비(NIMBY)’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로 환경오염·기피시설의 지역 유치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셌다. 홍천댐 건설 반대운동이나 경북 영덕·울진지역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반대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시는 정부 사업에 대해 지역주민이 반발하는 방식이었고,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소극적인 배타성에 그쳤다.

지역 간의 극단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요즘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문제가 된 방사성 폐아스팔트가 지자체 간 갈등으로 1년 넘게 방치되다 지난해 말에야 경주의 방폐장으로 옮겨진 것이 한 예다. 최근에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둘러싸고 서울과 인천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쓰레기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역갈등의 사유도 환경문제뿐 아니라 개발사업을 둘러싼 지역 간 유치 경쟁, 시설 관할권 등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다.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부산과 경남 밀양, 경남도, 경북도 등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거나 2011년 과학벨트 입지를 둘러싼 영·호남과 충청지역 내 지자체 간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지역갈등은 각종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국토연구원은 지역갈등의 사회적 비용에는 갈등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비용뿐 아니라 갈등으로 상실되는 노동소득,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갈등에서 발생하는 신뢰상실·불쾌감 등의 비효용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지역갈등으로 인한 비용을 줄이려면

지역 간의 갈등으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갈등 예방에서 해소까지 전 단계에 대해 절차적인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해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동시에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타당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 연구위원은 “외국에서는 사업 추진 전에 보상체계를 비롯해 모든 문제를 논의하다 보니 사전 절차를 설계하는 과정이 상당히 길다”며 “외국처럼 사업진행 과정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되, 합리적으로 요구할 때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온다는 식의 갈등교육을 하면 갈등이 극단으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식적인 기구가 있음에도 실질적인 역할을 못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2000년부터 지자체 간 분쟁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으로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도입됐다. 하지만 12년간 지자체의 의뢰로 위원회가 분쟁 조정 결정을 내린 사례는 12건에 불과하다. 1년간 평균 1건을 처리한 셈이다. 그나마도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일이 허다해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충북 단양군이 신청한 경북 영주시의 ‘소백산면’ 명칭사용에 대해 위원회가 단양군의 손을 들어줬지만 영주시는 결정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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