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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속'을 채우자] ② '기획봉사' 나눔의 트렌드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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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6-19 14:24:52 수정 : 2013-06-19 14: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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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직접 기획·감독… 단순 참여 넘어 ‘나눔의 리더’로
새 흐름 이끄는 ‘서울기획봉사단’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단원들
자살예방 캠페인·노인 자서전 제작 등
‘시설봉사’ 넘어 사회문제 해결 앞장
#. ‘친구야…힘내! 우리가 있잖아’, ‘너는 혼자가 아니야!’ 지난달 25일 낮 12시 서울역 광장 앞. 가수 이승기와 피겨여왕 김연아가 부른 노래 ‘스마일 보이(Smile Boy)’가 시민들의 합창으로 울려퍼졌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소속 기획봉사단원 50명이 마련한 청소년 자살예방 프로젝트다.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시민 200여명은 봉사단 율동에 맞춰 함께 춤을 췄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봉사단이 마련한 게시판에 희망메시지를 남겼고 청소년들은 자신의 고민을 쪽지에 털어놓았다.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힘내요’, ‘너희를 사랑한단다’, ‘미래는 당신들의 무대! 날아라’, ‘인생은 힘든 일보다 행복한 일이 많아요’…. 희망메시지를 담아 봉사단이 만든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행사 기획에 참여한 유민지(22·여)씨는 “청소년과 시민이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자살예방을 위한 우리 모두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기쁨이 컸다”고 말했다.

‘아빠 같이 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북한산 등산길에서 묘목을 심고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제공
#. “자연환경의 소중함도 느끼고 아빠와도 친해져서 좋아요.”

지난달 11일 유치원·초등학생 30명이 아빠들의 손을 잡고 북한산 우이분소 앞마당에 모여들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소속 기획봉사단원의 ‘아빠 같이 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북한산 등산길에 오르며 훼손된 길 곳곳에 묘목을 심었다. 묘목 100여그루를 심은 이들은 북한산 정상에 모여 봉사활동 소감을 나누고, 장기자랑을 하는 레크리에이션 시간도 가졌다. 모처럼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자원봉사라고 해서 왔는데 나무도 심고 아빠와 친구처럼 놀 수 있어서 좋았다”며 즐거워했다.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기획봉사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요양시설 등을 찾아 틀에 박힌 봉사활동을 하던 이전과 달리 많은 이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변화의 중심에는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소속 기획봉사단이 있다. 2009년 시작돼 매년 새로운 단원으로 구성되는 봉사단은 올해로 5기를 맞았다. 지난 2월 고등학생과 대학생, 직장인 등 총 50명으로 구성된 제5기 기획봉사단은 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봉사단은 생명 존중과 에너지 절약, 공동체 회복 등 3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지난 4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지난달 11일 진행한 ‘아빠 같이 가’ 프로젝트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인기에 힘입어 아빠와 자녀 30팀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지난달 18일에는 성인봉사자 40명과 함께 천연세제 150여개를 직접 만들어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경생원(보육원)에 기증하기도 했다.

오는 22일에는 서울 구로구 개봉3동에서 ‘낮과 밤이 다른 우리 동네 프로젝트’를 연다. 치안을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위해 어두운 골목에 야광벽화를 그린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노인들의 자서전을 만들어주는 물망초 프로젝트,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에 화단을 조성하는 작업도 준비 중이다.

센터는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자원봉사포털사이트와 서울시내 대학교 홈페이지에 단원모집을 한다. 최근에는 봉사단의 인기가 높아져 평균 100여명의 모집인원이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다. 단원들은 기획한 봉사활동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중점을 둔다. 지난 2월 봉사단이 구성된 이후 2개월에 걸쳐 행사를 기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획봉사단원들이 교육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제공
김기정(27·단국대 전기공학) 제5기 기획봉사단장은 “봉사를 하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 모두 즐겁고 행복하자는 취지로 준비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며 “봉사활동이 누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다 보니 장기적인 활동으로도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 시민참여를 이끌어내는 이른바 ‘기획봉사’의 트렌드는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 246곳 자원봉사센터에서는 ‘프로젝트 리더’라는 이름으로 자원봉사 프로그램 기획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한 자원봉사 리더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자원봉사 참여를 유도한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변화는 최근에는 재능을 기부하거나 여행을 접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단원들이 노래 ‘스마일 보이’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이준영 서울시립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봉사와 재미 또는 여행을 접목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봉사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기획봉사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착해 나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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