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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 미래다] ⑩ 현장체험 활성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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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1 20:31:00 수정 : 2014-01-02 10: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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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살아 생전 휴렛팩커드(HP)의 공동 설립자인 윌리엄 휴렛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잡스는 12살 때인 1967년 처음 휴렛을 만났다. 부품을 구하려고 집으로 전화한 잡스를 상대로 친절한 답변과 더불어 원하는 부품까지 찾아준 휴렛은 여름 동안 HP 공장에서 일할 자리까지 마련해줬다. 훗날 잡스는 “그때 여름 공장에서 쌓은 경험이 애플 컴퓨터의 청사진이 됐다”고 술회했다.

태블릿 PC를 비롯한 스마트 기기의 거치대를 개발한 업체 ‘링쿠’를 이끄는 김은광 대표는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창업을 마음 먹었다. 서둘러 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던 중 문득 ‘강연과 이론교육으로만 창업했다가 난관이 닥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생겼다. 이런 고민 끝에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창직인턴제에 참가했고, 창업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몸으로 부딪쳐가며 경영을 배울 수 있었다. 수익창출 등 제조업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것은 물론이고, 믿고 일할 수 있는 동료와 네트워크까지 덤으로 확보해 창업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창업 활성화 ‘징검다리’ 현장체험

국내 젊은이들이 창업을 주저하는 이유로 ‘경험부족’을 꼽는 이들이 많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벤처기업협회가 2012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 기준)한 결과 ‘자금’(67.1%), ‘실패에 대한 두려움’(42.2%), ‘경험 부족’(41.1%) 순으로 창업 애로를 해소했다. 잡스처럼 한국의 젊은이들도 벤처나 창업기업에서 실무교육을 받는다면 경험 부족이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창업 활성화로 나가는 ‘징검다리’로 현장체험이 꼽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예비 창업자가 현장에서 사업성을 검증받고 구체화할 수 있다면 이후 실패의 우려도 그만큼 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영환 STEPI 부연구위원은 “현장체험을 통해 경영, 마케팅을 비롯한 실무지식을 습득하고 시장동향과 관련해 창업에 성공한 선배의 실질적인 멘토링을 받아 창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의향이 높은 편인 대학(원)생이 대부분 취업 후 창업을 선호하는 점도 현장체험 활성화의 현실적인 이유로 꼽힌다. 앞서 STEPI와 벤처기업협회 공동조사 결과 45.7%가 ‘미래에 창업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91%는 ‘취업 후 창업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대학생들은 폐업에 대비한 대체기업 이직과 같은 안전제도만 마련된다면 창업 초기기업에서 실무를 습득해 학습효과를 높이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현장교육을 통해 마케팅 등 영업직과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의 인력난을 덜 수 있는 장점 또한 크다.

◆미흡한 국내 창업실무 훈련체계


국내에서는 창업 선진국에 비해 이 같은 실무훈련이 미약한 편이다. 미국 뱁슨대와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이 발표한 2009년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재학 중 창업실무 훈련을 경험한 비율이 5.9%, 졸업 후는 9.2%로 각각 나타났다. 혁신 주도형 경제로 평가받는 20개국 평균인 11.9%와 16.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창업국가의 대명사인 핀란드는 17.9%, 40.4%를 기록, 이를 더하면 과반이 창업실무 훈련을 받는 셈이다.

고용부가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해당분야 기업에서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인턴 기회를 제공하고, 이후 창업과 연계해 지원하는 창직인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업들 반응은 영 시원찮다. 작년 3000명 인턴 근무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2500여명에 그쳤다. 정부가 인턴 약정임금의 50%(80만원 한도)를 지원하는 기간이 2012년 6개월에서 지난해 3개월로 단축돼 기업 입장에서는 실효성이 작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인턴이 충분한 창업 준비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간을 축소했다는 것이 고용부 측 해명이지만, 기업현장에서 호응도가 떨어지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고용부는 올해부터 직종에 따라 4∼5개월로 늘릴 방침이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 웹사이트(www.work.go.kr/intern)에서 이 제도를 신청하면 인턴 수료 후 6개월 내 창업에 성공하면 2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6개월 동안에는 전문기관에서 경영 컨설팅, 전문지식 및 특허 관련 교육, 창업공간 등을 제공받는 만큼 예비 창업자에게는 꽤 유용한 제도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업에서는 적어도 1년 이상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국가에서 인건비를 대는 창직인턴제는 이처럼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처럼 창업에 따른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제도를 통해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 “3000명씩 대규모로 지원하다 보면 예비 창업자가 필요로 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기업과 연계하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적은 인원에서 시작해 대상을 늘려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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