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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희망이다] ③ 성공한 사업가에서 나눔 전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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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8 19:55:12 수정 : 2014-01-08 21: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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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명 서대문사회복지협의회장의 ‘봉사철학’
“남보다 나의 행복을 위한 나눔·배려… 게을리 할 수 있나요”
“남을 칭찬해 보세요. 다른 사람을 돕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행동도 해 보고요. 결국은 자신에게 기쁨과 복이 돌아오게 됩니다.” 이중명(71·사진) 서울 서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8일 협의회 사무실에서 봉사와 나눔활동의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눔활동은 행복한 삶에도 도움이 된다며 말을 이어갔다. “저의 활동이나 생각이 실은 모두 저의 행복을 위한 것들이지요. 봉사활동을 하고, 배려하고, 나누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돕는다는 게 남을 돕는 게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기부활동은 보통 사람의 동참을 이끌어낼 때 탄탄해져

지역의 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성공한 중견 기업인이기도 하다. 골프·레저 기업인 에머슨 퍼시픽을 일궈 아들 형제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지금은 큰 방향에 대해서만 조언하고 있다. 사회봉사와 나눔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 회장을 인터뷰하기 전에 고민이 없었던 게 아니다. 기업인 출신을 이 시리즈의 인터뷰 대상으로 삼기에 주저하기도 했다. 잠시의 망설임을 멈추고 그를 만나기로 했다. 기업인의 기부문화가 척박한 국내 현실에서 이 회장이 나눔과 봉사활동에 적극적이고, 보통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의 활동이 복지전달체계의 성공적인 모델로 서대문구를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도 작용했다. 서대문구는 민·관이 협력해 나눔과 봉사활동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고 있는 자치구이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 서울시와 산하 여러 자치구 등도 서대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이 회장은 조그마한 엽서를 내놓았다. ‘1004(천사)운동’을 권유하는 엽서였다. 매달 자동이체로 일정한 금액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였다. 이 회장은 이러한 약정서에 서명해 여러 가정을 돕고 있다.

“양복 안쪽에 늘 넣고 다니는 엽서입니다. 이렇게 지인을 만나거나 소중한 자리에서 엽서를 내놓으며 이웃 돕기 동참을 권하곤 합니다.”

천사운동은 이 회장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아이디어를 낸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복지돌봄 사업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종의 ‘나눔행복’ 사업이다. 하루에 1000원씩 사랑을 실천하자는 뜻에서 천사운동으로 명명한 운동이다. 하루에 1000원이 부담되면 300원, 아니 100원이라도 모아서 한 달에 1만원, 5000원을 이웃을 위해 기부하자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 혹은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을 아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위기의 청소년이 굶주린 것은 정”

이 회장은 한국소년보호협회장이기도 하다. 한국소년보호협회는 소년원 출신이나 사회 부적응 청소년의 자립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1998년 창설된 단체다. 2011년 2월부터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그는 “위기의 청년이 90만명 정도 된다”며 “그늘진 곳의 청소년과 재소자에게는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청소년들의 불우한 생활이 자신의 잘못인 듯 마음 아파한다. 청소년과 재소자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기꺼이 도움을 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3월에는 대전의 소년원에서 일주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냈어요. 소년원인 대산학교에서 5박6일 동안 숙식을 함께했지요.”

그때 새삼 알게 된 게 아이들의 굶주림이었다. 아이들은 의식주보다는 정작 정(情)에 굶주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청소년의 인성교육과 소년원생 교화를 위해 관련 학교를 세워 운영해볼까 합니다.”

경남 남해에서 자율형학교인 학교법인 해성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 새로운 학교를 세우기에 앞서 소년원 원생들에게 골프 도우미 교육을 하며 기업의 재능 기부에 적극 나섰다. 청소년들이 환경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고 생각한 이 회장은 요즈음 ‘스튜디오 스쿨’ 설립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스튜디오 스쿨은 주간에는 직업훈련을 하고, 야간에는 정신교육이나 수업을 하는 형태의 학교다. 가출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로 볼 수 있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유성종 서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은 이 회장의 나눔활동이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대로부터 시작된 활동이 자식 세대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의 영향도 있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던 친구의 이웃사랑 정신을 지켜봤다. 나눔문화 조성이 필요하면 이 회장은 기꺼이 현장으로 달려간다. 유 총장은 이 회장의 태도를 ‘직접 발로 뛰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노숙인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세상

정작 이 회장은 “선행은 주위를 챙기는 게 아니라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눠주면 되돌아온다”며 “남을 배려하는 행동은 어떤 면에서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사랑, 나눔, 긍정적인 자세, 창조적인 생각은 나 자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남을 배려하면 남들이 바로 알게 됩니다. 그게 모두 내 삶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서 누구나 남을 도울 만큼의 것은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년 전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렸을 때 크게 깨달은 것을 들려줬다. 그가 끄집어낸 이야기는 이랬다.

서울역 인근 지하통로를 지나는데 비교적 젊은 노숙인이 두툼한 박스를 가져와 나이든 노숙인들에게 나눠줬다. 신문지를 덮으며 추위를 견디던 이들은 고마워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는 노숙인도 마음을 쓰면 주변에 배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박 기자도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답니다. 행동에 옮기는 게 중요하답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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