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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지자체 파산제도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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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02 21:58:28 수정 : 2014-03-02 22: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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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땐 정부도 ‘빚더미’ 책임 커
지방재정 배분 대원칙 새로 짜야
6·4 지방선거가 불과 90여일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자기 고장에 대한 비전과 심도 있는 담론보다는 여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지방자치에는 전혀 관심도 보이지 않던 직업정치지망생들의 ‘자리’ 차지하기 경쟁으로 요란한 느낌이다. 이래가지고는 이 나라의 지방자치가 어디로 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지방재정 대책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그 산하 공기업이 그동안 빌려 쓴 빚이 무려 100조원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현재의 재정구조에서 보면 평균 그 절반가량을 각종 국고보조금과 교부금으로 메우고 있는데도 이처럼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중앙집권적 재정시스템으로 운영돼 재정의 원천인 경제활동이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수입원이 극히 제한된 까닭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급격히 그 정당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규제완화정책으로 그나마도 지역경제의 명맥 유지에 도움이 됐던 수도권에 대한 인구와 산업의 집중억제책 등 각종 규제가 하나씩 무너지고 있어 지역경제는 점점 더 버티기 힘들 전망이다. 지역경제가 악화되면 재정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획기적인 지방재정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아쉽다. 가령 중부권은 지역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으나 정부의 행정수도 건설로 인구와 산업이 늘어나면서 인구가 호남권을 앞설 정도로 호전되고 있는 반면, 호남권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그 여파로 지방재정은 말이 아니다. 설상가상 새 정부 출범 이후 증폭된 복지수요로 국가재정조차 점점 더 악화되고 있어 앞으로 정치권의 대응이 자못 궁금해진다.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정부혁신연구소장
정부가 지방재정에 대해 범국민적으로 진솔한 토의와 사회적 합의없이 지금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공돈’ 따먹기식의 무원칙적이고 막가파식 국고금 낭비 경쟁을 방치한다면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가속화시킬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이전투구에서 탈락한 지역은 부족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돌파구로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지방채 발행에 의한 재원조달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성이 명확하지 않은 지역사업에 지방채로 조달된 돈을 쓴다면 앞으로 빚이 더 늘어날 것이 명약관화한데 이를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걱정이 태산 같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지자체 파산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사실 미국에서는 10대 도시 안에 드는 디트로이트시가 파산을 신청하는 등 집계 기간인 1937∼2013년 모두 645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파산을 신청했다. 그러나 파산신청이 받아지면 채권자인 은행은 채무자인 자치단체의 재산에 대한 압류 등을 제한할 뿐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을 포기하도록 묵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경우 파산선고제도를 도입해 봐야 국가 위임사무는 물론 지방기능의 대부분도 중앙이 책임져야 할 형편이기에 파산제도 도입이 지방재정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지방재정 배분의 범국가적 대원칙이 새로 짜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처럼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지켜야 할 ‘시빌미니멈’(Civil Minimum)의 재정을 국가가 보장하고 나머지는 지자체 역량에 맡기는 것이다. 이 ‘시빌미니멈’ 제도는 문명국가로서 최소 한도로 요구되는 행정서비스를 위한 재정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의 지방재정 지원에 대한 기본원칙이 바뀌어야 한다. 즉 지역 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아니라 국민이면 어느 곳에 살든지 교육·보건·복지·위생 등의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를 받도록 재정제도를 바꾸는 일이다. 지방자치란 모름지기 수도권으로 산업과 인구가 더 집중된다 할지라도 어떤 지역에 살든 국민의 삶의 질을 골고루 개선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정부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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