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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의후마니타스에세이] 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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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07 21:13:44 수정 : 2014-03-07 21: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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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어진 정치로 평화로운 세상 꿈꿔
통일 준비는 北주민 마음 얻는 일부터 해야
맹자가 양혜왕을 만날 때의 일이다. 왕이 반기면서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길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이렇게 일갈한다. “왕은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만 말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으로는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인의는 무엇인가. 맹자는 인을 사람의 마음에, 의를 사람의 길에 빗대어 설명한다. “인은 사람이 사는 편안한 집이고 의는 사람이 걸어가는 바른 길이다.”

맹자는 2300여년 전 제후국들 간 다툼이 끊이지 않던 중국 전국시대에 어진 정치(인정·仁政)로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 했다. 공자와 마찬가지로 제자들을 이끌고 여러 나라를 돌며 군주들에게 자신의 사상을 설파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약육강식의 시대여서 입지를 찾지 못한 것이다. 맹자는 만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교육에 전념했다.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말과 행적을 담아 펴낸 ‘맹자’가 후세에 유교경전 사서(四書)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어진 정치란 무엇인가. 맹자는 “선왕들에게는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정치(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를 했다”고 한다. 어진 마음으로 남에게 악하게 굴지 못하는 정치에 의거하면, 인(仁)이 천하의 모든 사람에게 베풀어진다는 것이다.

박완규 기획·온라인담당부국장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정치가 바른 정치이고 어진 정치일 것이다. 맹자는 은나라를 세운 탕왕의 열한 차례 정벌을 예로 들었다. “동쪽을 향해 정벌을 하면 서쪽 이민족들이 원망했고, 남쪽을 향해 정벌을 하면 북쪽 이민족들이 원망하며 말하기를 ‘어찌하여 우리들을 뒤로 미루시는가’라고 했다. 백성들이 그를 바라기를 마치 큰 가뭄에 비를 바라는 것같이 했다.” 학정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하면, 부르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들어 통일을 국정 화두로 삼고 있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 통일한국 청사진을 제시하고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통일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제부터 할 일이 많다. 통일 준비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데서 첫걸음을 떼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통일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과제다. 맹자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들을 위해 모아 주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북한 주민의 실상을 잘 알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구상을 밝히면서 “(서독이) 동독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동독 주민과 동독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마지막 동독 총리 로타어 데메지에르의 말을 전했다. 우리는 동·서독에 비해 교류 진도가 늦어도 한참 늦다. 이산가족 상봉조차 가뭄에 콩 나듯 어렵사리 이뤄지고 있다.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아직 안정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실정이다.

맹자는 말한다. “백성들이 포악한 정치에 시달리는 것이 요즘처럼 심한 적이 없었다. 주린 사람은 먹는 음식에 까탈 부리지 않고 목마른 사람은 마실 물에 까탈 부리지 않는다. … 지금 이러한 때에 제나라와 같이 만승의 경제력을 지닌 큰 나라가 어진 정치를 행하면 백성들은 거꾸로 매달렸다가 풀려난 것처럼 기뻐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은 옛날 사람의 절반만 해도 효과는 틀림없이 갑절이나 될 것이다. 바로 지금이 그러한 때다.”

많은 학자들이 ‘맹자’를 정치학 교과서로 간주한다. 정치 수완이나 힘을 써서 정치권력을 쥐려 하지 말고, 어진 정치를 펼침으로써 도덕권력을 장악하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맹자가 “백성이 가장 소중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군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한 뜻도 여기에 있다. 백성은 도덕의 근본인 것이다. 통일 준비는 거꾸로 매달린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 지금이 그러한 때다.

박완규 기획·온라인담당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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