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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3선 시장의 아름답지 못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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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23 20:05:18 수정 : 2014-03-23 23: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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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인가 보다.”

박맹우(62) 울산시장이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를 3개월여 남겨두고 사임했다는 기사 아래 달린 한 네티즌의 댓글이다.

박 시장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으로 처음 당선된 뒤 2006년, 2010년 연거푸 선출돼 12년째 시정을 맡았다. 그동안 보선 출마설이 나돌 때마다 박 시장은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런 그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12년간 쌓은 시정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와 중앙 무대에서 울산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에는 현역 국회의원인 강길부(울주군), 김기현(남구을) 의원과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 윤두환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현직 국회의원 중 한 명이 시장후보로 결정되면 해당 지역구에서 7월30일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박 시장은 보궐선거 120일 전(4월1일)에 시장직을 사퇴해야 출마할 수 있다.

이보람 제2사회부 기자
박 시장의 사임은 현직 국회의원의 중도사퇴를 전제로 한 것이다. ‘자리 바꾸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시장은 “다른 후보와의 교감은 없었다. 모든 것은 제 개인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김두겸·윤두환 예비후보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어떤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죄송하다. 두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대다수 네티즌은 박 시장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시민들의 믿음을 저버렸다는 목소리를 냈다. ‘wjddXXXX’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울산과 국가를 위한 선택인지 개인적 욕망인지 알고 싶지 않다. 다만 사명감과 책임감이 부족하단 건 알겠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로 비쳐 ‘불공정 경선’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쓴소리도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12년간의 행정권력의 후광이 또 다른 권력을 획득하는 데 부당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3선, 12년 시장 임기의 끝이 지역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으로 끝나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의 중도사임은 잊혀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2016년 총선까지 기다릴 경우 2년이란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12년간 이어져 온 시민들의 믿음을 저버린 데 대한 명분은 되지 않는다. 박 시장의 아름답지 못한 마지막이 아쉽기만 하다.

이보 람 제2사회부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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