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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탁상행정에 발목 잡힌 대포항 패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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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26 22:55:29 수정 : 2014-03-26 23: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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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출장길에 들른 노르웨이 오슬로 인근 작은 항구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흔히 어선들이 드나드는 항구는 슬럼화되고 악취 때문에 지저분한 환경이 되기 쉽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이 조그만 항구에는 멋진 패션타운과 쇼핑몰이 함께 조성되고, 항만에는 형형색색의 선박들이 점점이 떠 있었다. 한 폭의 그림 그대로였다. 기존의 지저분한 선창가 이미지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오히려 패션의 거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현지 상인들은 생선회와 더불어 쇼핑을 즐기는 북유럽 관광객들로 ‘관광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자랑했다.

정승욱 사회2부 기자
강원 속초시 대포항은 신선한 생선회로 유명하다. 동해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꼽힌다. 대포항도 노르웨이의 그림같은 항구의 모습을 꿈꾸면서 입구 쪽 7번 국도변 땅 3900여㎡에 유통패션타운(아웃렛)을 조성하기로 했다. 속초시는 지난해 3월 패션업체와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해 7월 해양수산부에 질의해 관련 법 규정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해수부가 어촌어항법 규정을 들어 패션타운 입지는 안 된다는 회신을 보내면서 계획은 꼬이기 시작했다.

이미 설계비와 일부 사업비를 지출한 업체 측에서는 당연히 속초시를 상대로 2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속초시도 관련 법 규정부터 먼저 검토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포항의 관광 시너지 효과는 물거품이 될 판이고, 속초시는 소송비와 거액의 손해배상을 떠안게 됐다. 당연히 귀중한 혈세를 축내야 할 판이다. 해수부 담당자는 “어민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 맞게 회신을 보냈을 뿐”이라는 앵무새 답변만 했다.

현지 어민과 상인들은 “어민들을 위한 법 규정이라면 현지 사정을 고려해 어촌어항법을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면서 해수부의 경직된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중앙부처에서는 현실을 외면한 채 법 규정에만 매달려 있다”면서 “규제 혁파 차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동해안을 찾은 관광객들이 신선한 생선회를 즐기면서 쇼핑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주민들은 “공무원들이 탁상행정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면서 “법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개선해야지 그런 노력조차 안 한다”고 꼬집었다.

정승욱 사회2부 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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