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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세월호 참사 통해 본 우리 행정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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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7 21:43:39 수정 : 2014-04-27 21: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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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선박 증·개축 허가 ‘안전’ 무시
해상위기관리 능력도 후진국 수준
이번 ‘세월호’ 참사는 정부에 대한 기대에 실망만 안겨 줬고, 국제적으로는 연일 망신당한 사건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행정의 적나라한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침몰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위법적 내지는 상식 이하의 직무수행 능력과 인간성을 상실한 행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행태는 선사의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책임은 막중하기 그지없다.

해운업은 사기업이 운영할지라도 엄격한 국가의 통제를 받는 국가기간산업이다. 적어도 선박의 건조와 안전, 선원의 자격과 복무, 승객의 안전보호, 여객 수송 등에서 국가의 규제를 받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사의 문화도 그것을 규제하는 관련 행정부처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해사행정당국이 잘못 판단한 적어도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노후된 선박의 도입과 국민 안전 인식의 괴리이다. 일본에서 1994년에 건조돼 18년간 운항된 후 사실상 폐선 처리된 노후 선박을 청해진해운이 국내로 들여왔을 때 해사당국은 운항허가를 내줬다. 우리 국민이 어떤 사람들인가. 

조창현 한양대석좌교수·(사)정부혁신연구원이사장
우리 국민은 일본보다 자동차를 더 자주 새 차로 바꿀 뿐 아니라 세계적인 조선기술을 가진 정보기술(IT) 첨단국가가 아닌가. 게다가 노후 선박에 증·개축을 허락해 승객수는 117명을 더 늘려주고, 배의 무게는 259t 증가시켜줬다니 믿을 수가 없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노후된 선체에 대한 증·개축으로 선박의 좌우 흔들림을 막아주는 스태빌라이저의 부작동과 선박의 불균형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둘째, 대형 여객선 운영에 필수적인 항해관리, 그 중 위기 시 올바른 상황판단과 그에 걸맞은 결단 능력과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이 선장과 선원으로 고용됐다는 사실이다. 또한 전임 선장이 수차례 선박의 문제점을 회사에 보고했으나 무시됐다. 더욱이 이번 사고의 총책임자인 이 모씨는 69세의 고령이라는 이유로 대형 선박의 선장 봉급으로는 믿기 어려운 저임금과 1년 계약직으로 고용됐다. 특히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선박관리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교육과 훈련, 자격기준 및 복무규정의 철저한 준수, 필요한 인력의 확보, 위기대처 교육과 훈련 등 안전관리 전반이 후진국 수준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껏 감독과 감시의 책임이 있는 해경, 해수부, 선급협회 및 선주협회 등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것은 그동안 당국이 얼마나 느슨하게 해사행정을 관리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정부의 해상위기관리능력이 아직도 개발연대 수준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단지 최신형 장비가 좀 더 추가되고 인력과 예산이 많아진 것뿐이다.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꿔 달고 중앙재해안전대책본부라는 조직을 새로 만들었으나 통합적인 재난대응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중앙재해안전대책본부가 그 이름에 걸맞게 작동되려면 해당직 전문가를 처음부터 외부에서 영입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대로 정부는 일반행정가에게 직명만 바꿔 달아줬다. 그런다고 일반행정가가 하루아침에 재난안전전문가가 될 수 없다.

이번 참사를 볼 때 정부의 미숙한 대응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은 정책에 부합하도록 모든 관료를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안전을 중요한 정책의 한 축으로 내세운 정부라면 그 출범 시 중앙재난안전 관리체계를 제대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관료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밀려 포장만 바꾼 조직을 만들고 만 것이다.

장관을 비롯한 정무직의 80∼90%가 관료 출신이며, 예산이나 인사도 모두 관료가 통제하는 조직구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 행정체제에서 대통령 혼자 관료 조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한 비전을 가지고 ‘국민의 정부’에서 시도한 기획예산처와 중앙인사위원회의 대통령직속화가 관료들의 거센 저항으로 결국 그 후속 정권에서 조직 자체가 소멸되는 운명을 맞이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는가.

조창현 한양대석좌교수·(사)정부혁신연구원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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