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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의후마니타스에세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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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30 21:32:06 수정 : 2014-05-30 21: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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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난국 헤쳐나가려면
더불어 살아가는 것 진지하게 고민해야
국가개조가 최고 국정의제가 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화두로 꺼내 들었다. 나라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국가개조라는 말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표현이야 어떻든 우리 사회를 전반적으로 개혁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지면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국가 차원의 개혁안들이 실무적인 작업에 매몰되어 방향성을 잃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미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려 사퇴하는 등 전조가 좋지 않다.

박완규 기획·온라인담당 부국장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뒤에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원칙을 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가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부패나 비리, 불합리한 관행 등을 하나하나 없애가면서, 남과 공존하려는 노력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는 일에 초점을 맞추면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과제와 관련해서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에게서 배울 게 적지 않다. 스승 플라톤의 철학적 비전을 온건하고 알찬 형태로 되살리면서 정치적 현실주의의 길을 연 아리스토텔레스는 저서 ‘정치학’ 첫 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국가는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좋은 것(선·善)을 달성하기 위해 형성된다. 모든 사람은 어떤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생각에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어떤 좋은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이 책에서 밝히고자 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선은 목적을 가진 인간의 행위, 즉 정치적 행위를 통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정치의 본질은 국가 구성원들에게 좋은 삶을 부여하는 데 있다. 정치는 인간의 덕을 증진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다. 정치적 삶이란 합리적 존재들로 이뤄진 공동체의 일원이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뿌리 깊은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가는 사람이 잘 살기 위해, 도덕적·지적 가능성을 충족하기 위해 존재한다. “가장 바람직한 삶이 무엇인가를 먼저 결정해야만 한다. … 먼저 어떤 것이 일반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삶인가, 그리고 그런 뒤에 그와 같은 삶이 국가와 개인들을 위해 가장 좋은가 또는 그렇지 않은가를 확인해야만 한다.”

좋은 삶은 개인 노력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정치공동체(국가) 운영을 둘러싼 구성원들 간 공동 협력의 산물이다. “국가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능력을 갖고 있어서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각기의 서로 다른 봉사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모두 다 더 나은 삶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치공동체의 진정한 공동선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정치적 우애’, 다시 말해 구성원들 간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화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동물”인 것이다. 그의 정치철학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눈을 돌려 오늘날 위기에 처한 정치를 보자. 정치는 인간 삶의 목적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떤 가치판단 기준에 의거해 그 문제들을 구분하고 평가하지도 못하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라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던 것처럼, 국가가 실현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를 비탄에 몰아넣은 대형 참사가 준 교훈, 차근차근 올바르게 일을 처리해 나가라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겨 두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난국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 가르침이야말로, 있을 수 없는 참사를 반복해 겪는 우리에게 역사가 주는 선물이라고 믿는다.

박완규 기획·온라인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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