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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국가개조’는 조직 개편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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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08 21:52:25 수정 : 2014-06-08 21: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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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일방통행 해당 부처 저항 불러
인사 불만 해소 방안부터 마련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세월호’ 관련 대국민사과문에서 “국가를 개조해 원칙이 바로 서고 비정상이 정상화돼 안심하고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동안 이 나라에 쌓인 부정부패, 비정상, 무원칙, 무능, 무책임 등 적폐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방안으로는 “정부 조직을 개편해 각 부처의 책임 소재를 더 명확히 하고, 인사혁신을 통해 공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며,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제도적으로 막아 규제자와 피규제자와의 부정한 유착관계를 끊겠다”고 했다.

조창현 한양대석좌교수·(사)정부혁신연구소장
그런데 박 대통령이 제시한 안전 강화를 위한 국가안전처와 인적 쇄신을 위한 행정혁신처를 국무총리직속으로 신설하겠다던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지 불과 8일 만에 수정됐다. 즉 안행부에서 신설 행정혁신처로 이관하려던 조직기능을 안행부에 그대로 두고 인사기능만 떼서 차관급의 인사혁신처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변경의 이유가 차관급인 행정혁신처장으로는 조직 개편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은 인사혁신은 차관급으로 가능하나 유독 조직 개편만 차관급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인데 이런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분명 조직 기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해당 부처의 강력한 로비에 청와대가 휘둘린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이처럼 대통령의 ‘국가개조’(안)는 그 첫걸음부터 이해 당사자의 저항에 부닥치게 된 셈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국가개조 개혁이 시도될 때마다 당사자들은 개혁안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위기가 잔잔해지면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 총력을 아끼지 않던 기억이 생생하다. 문제는 이러한 기득권 지키기 움직임이 한 부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 이해당사자들은 왜 이처럼 조직 개편에 저항하는가. 그것은 조직 개편이 자신들의 권한과 승진의 기회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계 법률의 국회 통과가 전제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특히, 청와대가 단독으로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그보다는 먼저 행정부, 국회, 민간의 각계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초당적 ‘정부혁신위원회’(가칭) 같은 기구를 만들어 다소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어도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가개조’의 대상과 범위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고 그 힘으로 기득권자 특히, 관계 공무원을 설득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유능하고 잘 훈련된 인재로 구성된 공무원의 저항을 막는 것이 그렇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공무원은 입문 이후 은퇴할 때까지 낙후된 인사정책 때문에 승진이 늘 불안하고 보직에 불만이 많다. 뿐만 아니라 신분이 보장됐다고는 하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 조기 퇴직을 막을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러한 조기 퇴직 등의 문제를 해소해준다면 그들은 합리적인 개혁에 크게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해소의 길은 다름 아닌 대부분의 공무원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인사문제를 혁신하는 일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조직은 수십 차례 바뀌었으나 인사제도의 골격은 일제 식민시대의 틀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일하는 능력보다 조직의 통제에 초점을 맞춘 계급제, 전문가가 발을 붙이기 힘든 일반행정가 중심의 충원제도, 객관적 성과 평가가 없는 근평제도, 교육이나 평가결과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승진이나 보직 등 말이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한 조직 개편에 앞서 인사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인사혁신안을 먼저 마련한 후에 정부조직 개편을 시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이 집이라면 인사는 그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할 사람이기에 들어가 살 사람도 정하기 전에 집부터 지으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조창현 한양대석좌교수·(사)정부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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