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은 25일 경기 화성 경기도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더블트랩 개인전에서 110점을 기록, 108점을 쏜 중국의 장야페이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사격 대표팀의 이번 대회 7번째 금메달. 김미진은 이보나(한화갤러리아), 손혜경(제천시청)과 함께 나간 단체전에서도 314점으로 중국(315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미진은 경기 뒤 외할머니와 함께 응원온 아들 연호(6)를 꼭 끌어안았다. 아들도 밝게 웃으며 엄마의 우승을 기원하며 전날 밤 그린 그림을 보여줬다. 태극기와 총이 그려진 그림에는 ‘아시아게임, 총, 엄마 화이팅’이라고 적혀 있었다.
중학교 때 공기소총으로 사격에 입문한 김미진은 뒤늦게 더블트랩 종목으로 바꿔 빛을 본 사수다. 한국체대 재학 시절까지 소총 선수였으나 성적이 나오지 않아 선수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던 그가 클레이종목인 더블트랩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태릉 클레이사격장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클레이 사격을 가르쳐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클레이의 매력에 눈을 뜬 것이다.
한국 사격 대표팀의 김미진이 25일 경기 화성 경기도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더블 트랩 결승전 도중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김미진은 세계기록(110점)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성=연합뉴스 |
김미진은 “소총에서 기록이 나오지 않아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대학원에 갔는데 태릉 클레이사격장에서 일반인 상대로 클레이를 가르쳐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흥미를 느꼈다”며 “남편한테 하고 싶다고 말하니 일단 테스트를 받아보자며 발 벗고 도와줬다”고 돌아봤다.
다시 사격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김미진은 훈련장과 집 근처를 오가면서 운동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주말 부부 생활도 감수하고 있다. 남편인 손씨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김미진은 충북 증평의 친정집에 살면서 소속팀 제천시청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미진은 노력 덕분에 클레이로 전향한 지 1년 만인 2006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소총 선수 시절에 그는 국가대표를 한 적이 없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더블트랩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2010년 광저우대회 더블트랩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김미진은 “작은 표적일 때는 가슴이 두근거려 제대로 쏘지 못했다. 클레이는 안 쏘면 바로 끝나니까 그런 게 없다. 나에게 딱 맞는다”고 말했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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