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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뜬 ★]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이세열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85㎏급 경기가 벌어진 지난 1일 인천 도원체육관. 이세열(24·조폐공사·사진)의 오른쪽 어깨에는 등허리부터 시작한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상대와 맞붙을 때 오른팔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준결승 때에는 파테르 수비 도중 어깨를 또 다쳐 응급 치료까지 받았다.

이세열은 대회를 1주일 앞두고 막바지 훈련 과정에서 스파링 도중 훈련 도구에 부딪혀 어깨가 빠졌다.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습관성 탈골이 마지막 준비 과정에서 또 찾아온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급히 어깨 관절을 다시 맞추고 진통 주사와 함께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섰다. 이세열에게는 어깨에 두른 붕대가 팔과 몸통을 이어주는 관절이고 인대나 마찬가지였다.

힘쓰는 것은 무리였지만 다행히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8강전에서 만난 모즈타바 카림파르(이란)는 다 이긴 경기에서 세 번의 경고를 받아 실격패했다. 준결승 상대인 아자트 베이셰브코프(키르기스스탄)도 잦은 부상으로 힘겨워하는 이세열 앞에서 덩달아 졸전을 펼치며 스스로 무너졌다.

준결승을 치르는 사이 또다시 어깨가 빠진 이세열은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결승전 출전을 강행했다. 그러나 루스탐 아살카로프(우즈베키스탄)는 투혼만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세열은 6분을 다 버티지 못하고 테크니컬 폴로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이세열은 한국 레슬링이 침체기에 빠져 있던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같은 해 아시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따내는 등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성실함과 꾸준함이 돋보이는 그는 광저우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빠진 어깨의 고통을 견딘 투혼이 물든 은메달이기에 금빛 못지않게 찬란해 보인다. 이세열은 “1등을 못해서 아쉽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다음에는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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