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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의후마니타스에세이] 다산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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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17 21:22:15 수정 : 2014-10-17 21: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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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사상의 특징은 백성의 재발견
더불어 잘 사는 데서 개혁의 실마리 찾아야
“천하에 요순(堯舜)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없었건만 하는 일이 없었다고 속이고, 천하에 요순보다 정밀한 사람이 없었건만 엉성하고 오활하다고 속인다. 그래서 임금이 뭔가 일을 하려다가도 요순을 떠올리며 스스로 단념하게 되니, 이 때문에 천하가 나날이 부패해져서 능히 새로워지지 못하는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경세유표’에서 법과 제도의 개혁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말이다. 임금이 새로운 것을 도모하려 하면 신하들이 중국 고대 요임금과 순임금 때의 태평성세를 거론하면서 “순임금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어도 천하가 순순히 다스려졌다”고 말린다. 결국 “이리저리 돌아보고 앞뒤로 견제를 받다보면 끝내 아무것도 못하고 만다.” 조선이 세도정치로 쇠망기에 접어든 때에 부패한 권신들이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돼 개혁을 가로막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박완규 기획·온라인 담당 부국장
“대저 할 것이 없고 보니 옛 법을 따랐다. 옛 법을 따르는 것이 원망을 줄이는 길이며, 비록 마땅치 않은 점이 있더라도 내가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다산은 “털끝만큼 작은 일에도 병폐 아닌 것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를 망치고야 말 것”이라고 일갈한다. 오늘날의 위정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구절이다.

‘탕론(湯論)’에서는 장자의 말을 빌려 “여름 한 철만 살고 가는 쓰르라미는 봄과 가을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라고 했다. 옛날과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는데 과거의 틀에만 안주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찌 바로잡아야 하는가. 다산은 ‘백성의 재발견’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는 ‘원목(原牧)’에서 “수령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라며 “법들은 다 백성의 편익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목민심서’에서는 “벼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두려워할 외(畏), 한 자뿐”이라며 의(義)와 법, 상관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라고 했다. 이어 “일을 처리할 때 언제나 선례만을 좇지 말고, 반드시 백성을 편안히 하고 이롭게 하기 위해서 법도의 범위 내에서 변통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산은 정조 승하 후 18년이나 전라도 강진 등에 유배돼 백성들의 곤궁하고 비참한 삶을 낱낱이 볼 수 있었다. “남쪽 시골은 전답의 조세가 나오는 곳이라, 간악하고 교활한 아전들이 농간을 부려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폐단이 어지럽게 일어났는데, 내 처지가 비천하므로 들은 것이 매우 상세했다.” 그 시절에 ‘경세유표’와 ‘목민심서’ 등을 썼다. 다산의 경세학을 대표하는 이들 책의 기본 과제는 백성의 문제였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민생을 위한 방법으로 목민, 즉 백성 다스리는 일을 중시했다. “군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절반이요 나머지 반은 목민(牧民)이다. …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 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줄은 모른다.” 목민을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정신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다산은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 것을 중심으로 근대로 나아가는 사회개혁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의 사상은 당대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다가 조선 말 개화기에야 새로운 빛으로 각광받았다. 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 처지가 되자 사람들이 다산 사상의 진가를 인식한 것이다. 왜 우리가 근대라는 새 시대를 제대로 맞지 못하고 식민지 굴레로 떨어졌는지를 말해준다.

지금은 개혁이 시대적 화두다.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나라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 다산을 본받아 사회 구성원 모두 더불어 잘 살게 하는 데서 개혁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정 담당자와 관리, 나아가 국민이 다산의 저서들을 펼쳐야 할 때다. 나라를 살리고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길을 찾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특히 위정자는 ‘논어고금주’의 한 구절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 자신을 바르게 한 후에야 남을 바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니, 남을 이끌어서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박완규 기획·온라인 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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