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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의후마니타스에세이] 소명으로서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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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06 21:01:00 수정 : 2015-02-06 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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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 교체로 새 출발 모색하려면
막스 베버가 말한 정치인 소명 찾아야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광복과 더불어 분단을 겪고 전쟁을 치른 이후 압축고도성장으로 갈등과 대립이 첨예화한 우리 사회를 진단할 때 그가 남긴 저서가 많이 인용된다. 나라 밖에서도 자유화, 정보화, 세계화가 한데 얽혀 급류를 이루면서 개인의 고통이 커짐에 따라 근대라는 시대가 낳은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베버를 재조명하고 있다. 미국 정치사상가 셸던 월린이 “조직의 세계와 창의적 개인 간의 고뇌에 찬 긴장을 가장 명료하게 드러냈다”고 칭송한 베버의 폭넓은 학문체계 가운데 정치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자.

베버는 현대 서구 정치학 연구의 근간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마주해야 할 질문을 제시한다. “자신이 어떤 자질을 갖춰야 권력을 제대로 다루고,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그는 정치인이 지녀야 할 세 가지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을 든다. 정치인은 어떤 대의에 대한 헌신과 책임은 물론이고 “내적 집중력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곧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열정을 객관성과 결합하는 능력을 지녀야 올바른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베버는 이와 관련해 정치인은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를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념 윤리는 행위의 결과를 넘어서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책임 윤리는 자신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사려 깊게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그 둘은 서로에 대해 보완관계에 있으며 이 두 윤리가 결합될 때야 비로소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질 수 있는 참다운 인간 존재가 만들어질 것이다.” 가치와 신념에 충실하되 냉철한 안목으로 객관적 현실을 직시하면서 실질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인의 소명인 것이다. 세상의 모순을 부정하지도 순응하지도 않으면서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어려운 과업이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

박완규 기획·온라인 담당 부국장
우리 정치권을 돌아보자. 새누리당에서는 이완구 원내대표가 총리에 지명된 뒤 지난 2일 경선을 통해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내일 당대표 선거가 열린다. 여권과 야당이 거의 동시에 지도부를 교체하면서 새 출발의 계기를 모색하게 된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의 관계 재설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새정치연합은 여권 지지율 급락에도 반사이익조차 거둬들이지 못하는 정치력 빈곤을 딛고 일어나는 게 당면 과제다. 새 총리는 연이은 정부 정책 혼선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부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그 주변에서 신념도 책임도 찾아보기 힘든데, 이들이 현안이나 과제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정치인들이 정치의 의미에 대해 숙고해보길 바란다. ‘소명’이라는 말을 함께 되새기면 답을 찾기가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그게 어려우면 초심이라도 되살려야 한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을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다. 만약 지금까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가능한 어떤 것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 지도자·영웅이 아니어도 좋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인용한 ‘소명으로서의 정치’ 한 구절이다. 이어서 베버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날 아직 남아 있는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해내지 못할 것이다.”

여야 새 지도부는 ‘아직 남아 있는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챙겨야 한다.

박완규 기획·온라인 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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