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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르익는 보통국가의 꿈…韓·中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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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01 19:08:47 수정 : 2015-05-02 10: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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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新 밀월, 동북아 안보 격랑] 아베, 美 지원 등에 업고 '군대 보유' 야심… 韓·中 긴장 고조
일본의 ‘패전 체제 탈피’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에 패전을 안긴 미국의 용인을 등에 업고 군대를 가질 수 있는 ‘보통 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자금만 지원하는 ‘경제 대국’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만 바라보는 일본의 ‘올인’ 외교 전략이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특히 미국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중국과의 긴장을 높이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워싱턴 링컨 기념관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 리무진인 ‘비스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본은 패전국이라는 굴레를 벗는 것이 오랜 바람이었다. 승전국인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져 1946년 공포된 이래 지금까지 유지된 ‘평화헌법’을 손대는 것이 우익 성향 정치인들의 최대 목표였다. 패전국에 대한 징벌적 성격으로 군대를 가질 수 없도록 한 조항을 고쳐 ‘보통 국가’가 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은 경제 대국이 됐지만 군대가 없어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1990년 걸프전 당시 평화헌법을 이유로 군사적 지원은 안 하는 대신 막대한 재정지원을 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1992년 PKO(평화유지활동)협력법을 만들어 자위대의 해외파병 근거를 마련했지만 인도적 지원으로 역할이 한정됐다. 하지만 지난달 말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자위대의 역할 제한 족쇄가 풀렸다. 미국과의 협력 범위를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했다. 미군을 후방 지원하도록 하는 등 오직 방어만 한다는 ‘전수방위’의 개념도 삭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전투지역에 파병된 일본 육상자위대의 야스시 기요타 대령이 2004년 2월 이라크 남동부에 위치한 사마와 지역에 도착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육상자위대는 2006년까지 이곳에서 재건 지원 활동을 벌였다.
미국이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대폭 확대해준 것은 아베 총리의 노림수가 적중한 데 따른 보상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예산 자동 삭감 조치 등으로 국방 예산이 빠듯하다. 일본이 중동 등 다른 지역의 분쟁에서 미군의 무기를 보호하거나 수색, 구조, 후방지원 등을 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된다.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G7(주요 7개국) 회원국들이 참여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력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불참을 선언하며 아군을 자처한 것도 주효했다. 미국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일본이 보통 국가가 되기 위해 남은 일은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우선 안전보장 관련 법제의 정비를 이번 국회 회기에 마칠 생각이다. 가이드라인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일본 내 관련 법 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일본의 집권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오는 11일 법안에 정식 합의하고 1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결정한 뒤 이튿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음달 24일 이번 국회의 회기가 끝나지만 대폭 연장해 오는 8월 상순에는 법안을 성립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에 헌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개정 가이드라인이 법 통과를 전제로 한 것으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일본의 법 체계를 만든 미국의 동의를 구했다는 점을 내세워 법 개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 의회 연설에서 이번 여름까지 법안을 성립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일본 육상 자위대원들이 2012년 8월21일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에 위치한 훈련장에서 밧줄을 이용해 UH-60JA 헬기에서 신속하게 강하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이 주변국을 무시하고 미국의 눈치만 살피면서 군대 재무장을 추진하는 것은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을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역사인식 등으로 불편해진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미국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 국방상이 미국 국방장관에게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 복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요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베 총리가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협력을 얘기해놓고 이번 미국 방문에서 미·일 동맹 강화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밝혀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도 동북아 정세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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